편집자의 서랍에서 꺼낸
12년 전 여행의 기록
이 책은 줄곧 남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던 편집자가 자기 이야기가 담긴 서랍을 여는 것에서 출발한다. 서랍에는 12년 전 여행의 기록이 봉투에 꽁꽁 싸인 채로 보관되어 있다. 고장 난 필름 카메라,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 그림과 일기, 이면지에 프린트 해둔 레이아웃 시안까지… 책 만들 준비를 다 해놓고 10년 넘게 모셔만 두었던 기록을 꺼내 자기 책을 만들기로 한 것이 『낯선 사람』의 시작이었다.
책에는 여행의 콘셉트이자 이 책의 차별점인 ‘러브 프로젝트’를 비롯해, 시트콤을 방불케 하는 여러 사람과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어느 순간부터 유명한 곳에 가는 것보다 누군가와 깊이 대화한 날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은 여행지에 대한 언급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오래전에 떠났던 여행을 다룬 책이지만 철 지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작가가 필름으로 직접 촬영한 100여 점의 인물 사진, 각자의 필체로 사랑에 관해 적은 손 글씨 역시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한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초과 달성
위워크 여의도점 ‘이달의 도서’ 선정!
작가의 여행이 그랬듯, 이 책 역시 여러 사람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책의 기획 단계에서 영등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일단 시작〉이라는 전시로 먼저 관객들과 만났고, 서울 담 갤러리와 위워크 여의도점에서 오프라인 표지 시안 투표 행사를 열어 100여 명의 예비 독자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실제 투표를 통해 최종 표지가 선정됐고, 이 과정은 독자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연결감을 주었다.
이후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서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응원을 받았고, 위워크 여의도점에서 ‘이달의 도서’로 선정되며 책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인쇄 직후에는 정식 출간 전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출간기념회를 열어 책을 중심으로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처럼 『낯선 사람』은 전시와 투표, 기념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독자와 교류하며 만들어진 책이다.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여러 사람에게 말을 걸며 사람과 사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했던 작가의 이야기를, 책을 만드는 방식에도 적용하고 싶었다. 정식 출간 후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가 닿을 수 있도록 글로벌 북토크, 월간 실험실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이다.
오래된 여행이
오늘의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이제 더 이상 여행은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어디로든 여행을 떠난다. 사진은 당연하고 영상도 너무나 익숙한 오늘의 우리에게 이 오래된 여행이 무엇을 줄 수 있을까.
12년 전의 기록이지만, 『낯선 사람』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 이 책은 과거의 여행을 통해 현재의 우리에게 삶과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관계의 가벼움과 단절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 책은 느린 여행과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잊고 있던 감성을 다시 일깨운다. 작가가 만난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도록 돕는다. 특히 손 글씨와 필름 사진으로 기록된 자료들은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린 아날로그 감성을 복원하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과거의 기록은 더 이상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과 해답을 제공하는 창이 된다. 이 책은 시간을 초월하는 기록의 힘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와 영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