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아파트에 삶을 맞추기보다
삶에 맞춤한 집을 찾아낸 사람들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된
다섯 가족이 전하는 기쁨
자신만의 집을 꿈꾼다는 건 자신만의 삶을 꾸리고 싶다는 것과 같다. 표준화된 평형, 공간 구성, 동일한 규격 등은 안정감과 편리함을 주지만 공간과 교감하며 개인 취향을 오롯이 공간에 반영하기는 힘들다. 아파트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다채로운 삶의 모양을 갖추는 건 어렵다. 주택 살이는 분명 아파트 생활보다 불편하다. 이 책의 다섯 가족이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월등히 많은 게 사실이다.
주택 생활의 고단함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이 책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들은, 다섯 가족의 삶을 은연중에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까? 가족 구성원 각자의 개성에 맞춘 공간에서, 아랫집과 옆집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빨래하고, 원하는 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놀고, 숨 막히는 공동생활의 규칙과 규격에서 벗어난 삶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주거 연구자의 펜을 빌려 담아낸 다섯 가족의 주택 살이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쓰여 꽤 객관적이다. 집 짓기 미화나 찬양의 서술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다. 같은 값의 아파트를 샀다면, 자산 가치가 몇 배는 올랐을 것이라고 되뇌는 주인공의 모습도 있다. 건축설계 단계에서 사실상 수천만 원의 설계비를 떼인 사례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가치 있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길 꿈꾸는, 삶에 맞춤한 집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준다. ‘자신만의 집’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아파트가 아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아파트를 떠나 주택에 살면 후회만 가득하다는 말,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에 겁먹지 말자. 숱한 고난과 역경에도 우리보다 앞서 집다운 집을 쟁취한 끈기 있는 선발대의 경험이 지난한 투쟁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도 스스로 마음에 드는 땅을 고르고 집 짓기를 꿈꾼다.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삶에 대한 애착의 표현일까?” - ‘글을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