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바깥의 공기까지
모두 하나의 울림으로 세심하게 빚어낸
음악가 전진희의 두 번째 숨,
⟪Jeon Jin Hee PIANO⟫ 2020-2024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아마) 그게 더 좋은 일이겠지만 -
이렇게 피아노를 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피아노로 숨을 쉰다는 건 참
아득한 일이다.
피아노의 소리를 완성하는 건 건반이 아니라
피아노를 둘러싼 안과 밖의 허공이다.
마치 숨도 빈 공간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일까, 이 앨범의 곡들은 유난히 음과 음 사이의 거리가 멀고
그것이 쌓여 매월의 숨이 된다.
이 음에서 저 음으로 이 코드에서 저 코드로 넘어가는 사이,
그 사이에 필요한 용기, 그 용기로 다시 페달을 밟고
한 음씩 건너가는 전진희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은 소리보다 월등한 언어로 소통하는 존재이지만
이런 언어 너머에 있는 피아노 소리 앞에서는
고요한 열등감을 느낀다.
전진희의 breathing은 피아노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
해야 했던 가장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렇게 피아노로 숨을 내쉴 수 있다면 - 생을 지속할 수 있다면 -
다시 살겠다는, 살고 싶다는, 태어나겠다는 고백,
어쩌면 전진희의 breathing은 생에 대한 뜨거운 고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