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입체적인 등장인물들,
그들을 통해 대변하는 시대의 아픔과 희망의 메시지
《금성에서 봐》는 저자가 접한 한 젊은 유튜버의 자살 기사를 계기로 집필됐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걱정 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 왜 많은 청춘은 아파하는지, 그리고 그 아픔은 치유될 수 없는지, 왜 그들이 절망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운 상황에 가슴이 아팠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희망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로 다짐한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누군가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고통은 어떻게든 끝이 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대변한다. 미아는 선천적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는데, 친부모에게 버려져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자랐다. 그 탓에 겉으로는 밝고 활달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밀쳐내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쓴다. 미아의 약해진 심장은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위험한 상태이지만, 친엄마를 찾기 전에는 절대 수술을 받지 않겠다는 무모한 결정으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다. 카일은 교통사고로 가장 친구 한 명을 잃고, 한 명은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 그들의 삶을 해쳤다는 자책감에 카일은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두 사람은 여행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며 아픔을 극복해나간다. 그 과정은 독자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두 사람이
공감과 위로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여행
스페인에 도착한 후 미아는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밀들을 카일에게 어떻게 털어놓아야 할지 고민한다. 하나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라는 것, 또 하나는 원래 함께 여행 올 예정이었던 친구가 바로 교통사고로 죽은 노아였다는 사실이다. 미아는 자신이 카일의 자살을 막은 것이 운명이며, 어쩌면 이 여행이 그를 구원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를 여행에 데려왔던 것이다.
한편 미아에게 화가 나 있는 카일은 자신에게 배푸는 미아의 호의와 노력을 철저하게 외면한다. 그러다 쓸쓸하게 혼자서 생일을 맞은 미아를 보고, 예전과 달리 차갑고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의 슬픔에 매몰돼 타인을 상처 입히는 모습을 말이다. 이를 계기로 카일은 조금씩 미아와 여행,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점차 마음의 안식을 찾아간다.
절망 속에서 자신을 끝어내준 미아에게 고마움을 느낀 카일은 미아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힘쓰고, 미아는 카일에게 비밀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들이 그래왔듯 카일에게도 버려질까 봐 두려웠던 미아는 비밀을 말할 때마다 모진 말과 눈빛으로 그를 밀쳐내려 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결코 자신을 떠나지 않는 카일을 보며 미아도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미아가 여행을 통해 카일에게 안식을 선물했듯 카일 역시 미아에게 안식처가 되어준다.
누군가를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그저 상대방의 진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이다. 카일과 미아, 두 사람이 서로의 아픔을 발견하고 공감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은 독자들의 마음에 따듯한 위로를 선사한다.
“너의 존재를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머나먼 ‘금성’이 아닌 지금의 행복을 찾아가는 성장소설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미아. 누구보다 혼자인 것의 아픔을 잘 아는 그녀는 그동안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세상에 누군가는 네가 태어난 사실을 기뻐한다는 걸 잊지 마”라는 위로를 건네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도 그런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친엄마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엄마를 찾지 못하게 되자 미아는 수술을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하려 한다. 그런 그녀에게 카일이 던진 따끔한 충고는 미아로 하여금 그동안 자신이 고통에 매몰돼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놓치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한다.
“아마 네가 널 낳아준 것 말고는 아무 일도 안 한 여자를 찾는 일에 집착만 하지 않는다면, 진짜로 널 사랑하는 네 주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할 거야.”
저자가 소설 속에 심어 놓은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말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라는 인도 시인 타고르의 시구 역시 독자들에게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행복을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한다. 제목에도 등장하는 ‘금성’은 슬픈 현실을 잊고 싶을 때마다 미아가 입버릇처럼 찾던 도피처이다. 전쟁도, 아픔도, 비극도, 자식을 버리는 부모도 없는 행복만 존재하는 장소를 꿈꾸며 미아는 “다음 생은 금성에서 태어날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카일과 교감하고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면서 미아는 금성이 멀리 있지 않음을, 내가 있는 이곳이 금성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금성에서 봐》 상처 입은 소년 소녀가 큰 두려움에 맞서 희망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성장소설이다. 고통 속에 고립돼 있던 주인공들이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며 점차 세상과 연결되고 행복을 찾아 성장해가는 과정은 애틋하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두 사람의 여정을 함께 하며 독자들 역시 자기만의 금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