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동안 인용된 ‘지혜의 보고’
불교 경전 70권에서 뽑은 구절들
250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불교 경전 속 지혜는 깊고 오묘하여 오늘날까지 많은 명언과 가르침으로 변주되고 있다. 이 책에는 석가가 제자들에게 설한 인생의 교훈을 석가의 언어로 보존한 초기불교 경전 『사십이장경』과 『법구경』, 『경집』과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등이 지켜야 할 불교의 예법을 담은 『육방예경』 등 70여 권의 불경에서 선별된 108개의 구절이 수록되어 있다. 이 구절들은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죽음과 노화, 불안과 좌절 등이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불행이라 여기는 이것들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오는지를 바로 알면 충분히 다스려 평안한 마음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와 스스로 삶의 기쁨을 만드는 방법, 타인과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불경의 구절들은 본질적인 삶의 핵심을 드러내고 변하지 않는 이치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살면서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경전들이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승려이자 불교학자인 저자 마쓰나미 고도는 하와이와 미국 전역 등에서 20년 동안 불교 연구와 붓다의 가르침을 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특별히 해당 구절들을 현대어에 맞게 수정하고, 불교 경전 속 이야기와 우화, 자신이 겪은 일화 등을 덧붙여 대중이 일상에서 불교 경전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행복과 불행은 내 안에 있다”
모든 인생 문제의 해답을 가진 ‘나’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외로운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하늘을 향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다. 신이 남자의 기도를 들었는지 어느날 밤 누군가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문 앞에는 행복의 여신 길상(吉祥)과 불행의 여신 흑이(黑耳)가 서 있었다. 남자는 행복의 여신만 집에 들이고 싶었으나 행복의 여신은 “우리는 한 몸이니 함께 들어가거나 함께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이야기는 2500년 전 불교 경전 『아비달마구사론』에 기록된 이야기다.
이 책을 여는 첫 불경 속 이야기는 행복과 불행이 몸은 다를지 몰라도 본체는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불행이 찾아온다고 해서 내일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마찬가지로 지금 행복할지라도 불안과 불확실성, 실망과 걱정 등 다양한 모습으로 불행이 느닷없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이러한 삶의 진실을 인지한다면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행복과 불행에 속박되지 않고, 그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와 함께 저자는 불경 『정법안장』의 구절을 소개한다. “선악은 시간에 따르지만, 시간은 선악에 따르지 않는다. 선악은 법에 따르지만, 법은 선악에 따르지 않는다.” 행복과 불행과 마찬가지로 법이나 시대, 시간은 선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가 선함과 악함 중에 어느 쪽으로 정신과 마음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다. 모든 삶의 방향은 나에게 달려 있다.
돈, 성적, 직업은 수단일 뿐
집착을 버리고 자유로움에 이르다
한 기업가는 “얼마간 돈이 모이면, 어떻게 해야 돈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느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사람들의 표적이 되고, 분쟁이나 고통의 씨앗이 된다. 별 탈 없이 지내는 사람이 부러워진다”라고 술회한다. 그는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안정된 직장인이 행복하다고도 말한다. 이에 저자는 ‘인간본래무일물(人間本來無一物, 인간은 본래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았음)’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면 천 원을 얻어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십억 원을 잃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불어 우리는 소유물에 의지하는 생활이 덧없음을 생각하고 그것에 속박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어느 학생은 저자를 찾아와 “하루하루가 의미 없게 느껴지는 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저자는 이 어린 학생의 무기력을 해소해 줄 결정적 묘안이 자신에게 없음을 고백한다. 다만, 삶의 의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히 얻을 수 있다’는 학생의 생각을 알아채고 “무리해서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결과나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먼저 마음이 가는 일을 해보세요. 할 수 있는 것만 해보고, 그래도 공허함이 남으면 그때 다시 상담하러 오시지요”라고 제안하고, 막심 고리키의 문장을 인용하여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낙원이다. 일이 의무라면 인생은 지옥이다”라고 덧붙인다.
더불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입아아입(入我我入,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들어옴)’의 경지를 언급하며, 부모와 자식, 친구, 연인 관계는 물론 직장이나 학업 등에서 집착이나 고집을 버리고 상대의 속에 들어가 보면 이해심이 발동하여 자유로운 생각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