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예언한다
제자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정치의 우선순위를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길, 반드시 명분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必也正名乎)
정치의 명분은 국민이 아니었던가. 명분이 바르지 않기 때문에 민심과 충돌이 일어난다.
공자는 정(政)의 의미를 바로 잡는 것이라 말한다. (政者 正也)
한자 치(治)는 글자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물길을 다스리는 일로부터 유래한다. 고대 사회에서는 강의 범람이 민감한 사안이었다. 생활을 위해 모두가 물가에 몰려 살았고, 물가에서의 정착은 농경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강의 범람을 예측하기 위한 달력이 만들어지고 천문학이 발달하게 되었으며, 내년을 위한 오늘의 기록이 남겨진다.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정치의 기원은 역사와 엮여 있다.
고대에는 치수(治水)의 능력으로 다스리는 자의 역량이 판가름되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들이 살아가는데 불편을 최소화해 주는 것이다. 정치인 자신의 보신과 편익을 도모하며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 아니라….
공자가 지적하는 바는 지금의 시대에도 유효하다. 과거의 역사가 어느 시대에나 유효한 현재진행형으로 재조명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욕망에 시달리고 절망에 발이 걸려도, 또 한 자락 희망으로 일어서는 인간사의 현상들은 이 시대나 저 시대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역사가 진보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작금의 세계 정세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던가.
시대가 다르고 세대가 달라도,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다시 겪는 비극들을 생각해 본다면, 역사란 ‘뒤돌아선 예언’이기도 하다. 역사 속의 사례를 돌아보는 일은, 우리의 내일을 내다보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