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소금기 환경에 뿌리내린 경이로운 소우주
해안식물사회를 탐사하다
인내하고 궁리하며 기어코 삶을 잇다
땅에 뿌리박고 사는 식물에게 소금은 독이다. 녹색 광합성 세포는 삼투현상으로 쉽게 물을 빼앗기고 말라 죽기 때문이다. 보통 식물의 삶을 허락하지 않는 바닷가에서 살아남은 해안식물은 그래서 호염성(好鹽性)이 아니라 내염성(耐鹽性)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긴긴 세월, 죽음의 경계에서 삶으로 넘어오고자 이들이 인내하고 궁리한 과정은 식물체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절박함에서 비롯한 오묘한 구조는 그야말로 소우주다.
한층 깊어지고, 한껏 예리해진 식물 탐사
메마른 해안절벽에서 나고 죽는 향나무부터 은빛 모래언덕을 수놓는 해당화, 민물 터에서 소금기가 비치는 물터로 재진출한 바다말까지 다양한 해안 환경에서 살아가는 식물 104종류를 선정해 심층 분석했다. 분류에 도움이 되는 형태 형질,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수단인 생태 정보를 면밀하게 정리했으며, 한반도 해안식물이 품은 자연사, 문화사도 소상하게 다뤘다. 1, 2권에 이어 우리 식물의 고유 이름을 추적하는 데에도 한결같이 공을 들였다.
한반도 해안식물 시국선언문
매우 독특한 식물사회를 이루는 섬향나무, 빙하기 유존식물 눈양지꽃, 생태학적 필수자원 좀매자기 등 수많은 우리나라 해안식물의 앞날이 위태롭다. 각종 난개발, 막무가내식 외래 화훼식물 도입 같은 인간 간섭이 끊임없는 데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 해수면 변동으로 서식처가 사라지거나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식처 개념을 주춧돌로 삼은 보전과 복원이 시급한 점을 알리고자 풍전등화인 해안식물 현황을 조목조목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