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이 길을 그대로 가면 10년이 채 되지 않아 우리 삶에서 중요한 사실상의 모든 것들이 중국이 우리에게 허용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고혈압 약부터 우리가 보는 영화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2025년 1월 15일 미국의 마크 루비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이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하루 전인 1월 1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이 현재 경로대로 간다면 결코 미국을 추월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말할 필요 없다”고 강조한 것과 상반된 관측이다.
“4년 전(2021년) 취임했을 때만 해도 중국 경제가 2030년까지 또는 그 직후에 미국을 추월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봤었다. 하지만 내 임기 동안 미국은 더 강해졌고 적들은 더 약해졌다”는 바이든의 언급을 경쟁진영을 폄하 하는 정치적 수사로 치부할 수도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기(2017~2020) 때인 2019년 5월 “(2018년 시작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매우 행복하다. 중국은 내가 미국을 책임지는 동안 세계 최고의 슈퍼 파워가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었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봐야할까.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 간 상승 가도를 달린 고성장 시기가 끝나고,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쇠락론과 여전히 떠오르는 용처럼 욱일승천할 것이라는 이른바 굴기(崛起)론이 맞선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려되는 활력 잃은 ‘약한 중국’과 전 세계 산업 구조를 뒤흔들 만큼 영향력이 큰 ‘강한 중국’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상반된 시각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들도 넘쳐난다. 중국 경제에 대한 진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유다.
중국 경제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가, 세계가 중국 경제를 들여다보는 이유는 한국을 비롯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다. 중국의 세계 경제 성장률(GDP 증가율) 기여도는 미국보다 큰 30%(2013~2021년 평균)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통화기금(IMF)이 2023년 초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분석, 2028년까지 세계 경제 성장의 22.6%를 중국이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보다 둔화됐지만 여전히 세계 1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경제규모(GDP) 기준으로는 미국의 60~70% 수준이지만,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는 2028년까지 미국(11.3%)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은 이 같은 영향력을 보여준다. 중국 경제의 향방이 중요한 이유다.
우선 내우외환을 겪는 모습과 세계에 충격을 안기는 모습, 두 얼굴의 중국 경제를 조명한다. 다음에는 최근 약한 중국이 강조되면서 부각되어온 피크 차이나론과 강한 중국의 모습으로 비쳐지는 차이나 쇼크 2.0론을 소개한다. 이어 중국 위기론의 역사를 짚는다. 중국이 망할 것이라든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식의 위기론은 늘 있어왔다. 중국이 거침없는 성장을 하는 과정에도 위기론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거 부각됐던 위기론들을 소개하며 피크 차이나론과의 차이점을 들여다본다. 뒤이어 피크 차이나와 차이나 쇼크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대표적인 신고전학파 성장모형인 솔로우의 성장모형을 기반으로한 틀(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과 GDP 산출을 위한 합산지출법(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이라는 틀 속에서 짚어본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핵심이 될 것이다. 인구 고령화가 야기한 인구 보너스의 실종이라는 중국 경제의 취약성과 이를 인재 대국으로 전환을 통해 극복하려는 모습이 조명된다. 고성장의 성장동력이었던 자본이 부채 리스크, 특히 부동산 불황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신세로 전락한 모습을 들여다본다.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가 드러낸 한계도 짚는다.
2003년 베이징 특파원을 시작하면서 중국 경제 탐구를 운명처럼 받아들인 지 20년이 훌쩍 흘러갔다. 첫 중국 책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6가지 코드’를 내놓은 지 13년이 지났다.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라고 했다. 긴 시야로 중국 경제를 바라보려는 누구에게라도 작은 보탬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