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연애 소설
바다 밑에서 아프로디테 여신상을 발견한 듯한 만남
진지하게 사유하는 작가 J.M.(존 맥스웰) 쿳시가 예외적인 연애 소설을 썼다. 『폴란드인』에서는 인간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의 진실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고, 사유의 깊이가 남다르다.
쿳시는 소설을 ‘사유의 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그 안에 심오한 깨달음을 담는다. 그는 59세 때 발표한 대작 『추락』에서 사유의 절정을 보여주었는데 이후 발표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예수의 죽음』 같은 작품을 통해서 더욱 다채롭고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보여주었다.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낸 경장편인 『폴란드인』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 쇼팽과 상드의 사랑 이야기가 바탕에 깔린 이 소설에서 쿳시는 중년 여성과 폴란드 피아니스트의 관계를 사유의 대상으로 정했다.
쇼팽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은 폴란드인 피아니스트가 연주회 주최자로서 자신을 맞이한 여성을 만난 뒤 일방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섹시하지도 않고(젊어서는 그랬을 수 있지만) 중년이 됐으며, 단지 키가 크고 우아하며, 풍만한 입술이 두드러지는 낮은 콘트랄토 목소리에 편안한 매력이 있는 여성이다. 첫 만남 이후 비톨트는 서툰 영어로 자신의 마음을 베아트리스에게 전달하는데, 그것이 한계에 이르자 언어 대신 예술에 기대려 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연주한 쇼팽의 b단조 소나타 오디오 파일을 베아트리스에게 보낸다. 또 브라질로 함께 도피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거나, 이메일로 구애하는 말들을 써서 보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 낯선 상황을 거부하던 베아트리스는 연민의 감정으로 조금씩 마음의 자리를 내준다. 그녀는 가족의 별장이 있는 휴양섬 마요르카의 소예르로 그를 초대해 일주일을 같이 보내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베아트리스는 현실적 판단으로 피아니스트에게 냉정하게 이별을 통고한다.
비톨트는 베아트리스의 영혼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폴란드로 돌아가서 음악을 버리고 모국어인 폴란드어로 시를 쓰기 시작한다. 남자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시를 썼다. 그 시들을 통해 무덤 너머에서 그녀에게 구애해서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그녀의 가슴에 자신을 살아있게 하고 싶었다. 시에서 그는 잠수부가 바다 밑으로 잠수해 들어가 아프로디테 여신상을 우연히 발견하는 이야기로 베아트리스와의 만남을 묘사한다. 자신의 사적 인연을 인류사에 길이 남을 환상적 사건과 연결시키고 있다. 어떤 언어로도 비톨트의 진심은 통할 것 같지 않았지만, 번역가가 번역해준 폴란드어로 쓰인 시를 읽으며 베아트리스는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푼다.
작가의 작법이 등장하는 독특한 소설
이 책의 서술 방식은 독특하다. 작가의 작법이 소설에 등장한다. 쿳시는 첫 문장부터 소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소설 자체를 탈신비화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일종의 메타소설이자 포스트모던 소설 작법을 보여준다. 아래는 번역자인 왕은철 문학평론가의 해설이다.
독자는 번호가 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이 읽고 있는 것이 전적으로 인위적인 구성물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첫 문장에는 1이라는 숫자 다음에 “여자가 먼저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이어서 곧 남자가 그렇게 한다.”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 나오는 ‘그’는 작가이자 화자다. 소설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하는 작가를 상상해보라. 작가는 여자를 먼저 떠올리고 이어서 남자를 떠올리는 모양이다. 소설은 이런 식으로 시작하여 거기에 살이 붙는다. 조금 더 건너뛰어 4번으로 가면 이렇게 되어 있다.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키가 큰 폴란드 피아니스트와 걸음걸이가 편안해 보이는 우아한 여자이면서 좋은 일을 하며 나날을 보내는 은행가의 아내. 그들은 안으로 들여보내거나 물리치거나 쉬게 해달라며 일 년 내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마침내 그들의 시간이 온 것일까?”
*표지 그림은 동양화가 정지연의 작품이다.
풍경화 가운데 돌출된 골드바는 자연 속에 들어있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상징한다. 주인공 비톨트가 평생을 존재 이유로 바쳐온 피아노 건반을 상징하기도 한다.
〈추천사〉
정찬 소설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라는 행위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데이비드 율린
“깊은 감동을 주는 소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마이클 가러
“놀랍도록 다정한 새 책.”
가디언, 존 셀프
“쿳시는 수십 년 동안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교훈을 주었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재스민 리우
“사랑이 욕망의 대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묘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샘 색스
“민첩하고, 능숙하고, 자극적이며, 군더더기 없이 예기치 않은 감동을 준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니콜러스 스파이스
“쿳시의 산문은 확실히 경제적이다. 모호함을 피하지만 시적이지는 않다. 안개같이 모호한 경험을 선명하고 유창하게 표현한다.”
하버드 크림슨, 엘리사 뎀너리
“사려 깊고 신중하며 겸손한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을 것이다. 놀라운 결말이 앞선 모든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뉴요커, 제니퍼 윌슨
“북극과 남극 사이만큼이나 멀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이 우리를 밀어준다.”
‘뉴요커’, 대프니 머킨
“쿳시는 메스처럼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글을 쓴다. 그의 문장들은 팽팽하게 감긴 스프링 같다. 그것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불러오려면 다른 작가들은 몇 페이지를 써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크리스천 로렌첸
“사색의 자동화를 주조한다.”
에어메일, 피코 라이어
“떠나지 않는 은밀한 진심……. 외로움, 혼란, 욕구에 대한 감정적 진실을 파고든다.”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엘리 에벨리
“세련되고 애수어린 소설. 음악의 언어와 주제에 중점을 둔 책……. 조용한 걸작.”
오늘의 세계문학, J. R. 패터슨
“지속적으로 인상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천천히 연주한다.”
배니티 페어
“이 가을 최고의 책 중 하나.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폴란드의 자유로운 피아니스트와 매혹적인 그녀의 관계.”
북리스트, 조지 켄덜
“음악과 언어의 근본적 영향을 절묘하게 고양하는 작품. 예술, 사랑, 인간 경험 사이의 수수께끼 같은 관계를 분명히 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풍요한 이야기로 몰입하게 한다. 장식되지 않은 산문으로 일관되게 예리하다.”
네이션, 판카즈 미쉬라
“쿳시는 마지막 위대한 소설가 중의 한 명이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 북 리뷰, 벤자민 오그던
“자신이 쓰는 장르의 규칙을 새로 만드는 작가는 무법자다. 쿳시는 1973년부터 무법자 소설가였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핀턴 오툴
“쿳시는 억제의 달인이며, 말해지지 않은 것과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은 것에 관한 위대한 거장 중 한 명이다.”
아마존 독자 Mar***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할 것 같은 세계로 떠나는 맛있는 여행. 달콤한 여름 휴가처럼 몇 시간을 투자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