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투자의 종말, 패시브 투자 전성시대
금융위기 이후, 펀드 매니저가 적극적인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는 액티브 펀드보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일반의 상식이 되었다. 워런 버핏이 패시브 투자의 우월성을 주장한 유명한 일화도 있다. 2007년에 버핏과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100만 달러짜리 내기를 했던 것이다. S&P 500 단순 지수 투자와 헤지펀드들의 액티브 투자 중 앞으로 10년 동안 어느 쪽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인지에 대한 내기였다. 결과는 패시브 투자를 주장한 버핏의 압승이었다.
여러 조사에서도 패시브 투자는 액티브 투자보다 확실히 장기적 관점에서 더 낫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와튼 리서치 데이터 서비스의 자료를 사용하여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5년 동안 대기업 액티브 펀드 중 S&P 500을 능가한 것은 단 20%에 불과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와 뱅가드에서 발표한 수치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강세장에서는 인덱스 투자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시장이 정체되거나 하락할 때에는 액티브한 운용이 빛을 내기도 한다.)
일반적인 트렌드는 명확하다. 오늘날 액티브 투자가 종말을 고하는 중이며, 패시브 투자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자금이 패시브 펀드로 몰려가고 있으며 대형 기관과 연기금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는 물론이고 뛰어난 펀드 매니저라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믿음이 퍼지고 있다.
랜덤 워크가 맞다. 그러나 시장을 이기는 것은 가능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은, 주식 가격은 예측할 수 없고 주가의 움직임은 무작위성(randomness)을 띤다고 주장했다. 새뮤얼슨에 따르면, 이는 대부분의 시장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모든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고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가 주창한 “랜덤워크” 개념은,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는 시장을 단순 추종하는 펀드를 매수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뮤얼슨 자신은 적극적으로 액티브한 투자를 많이 했고,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에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정말로 시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까? 이 책의 저자 매슈 파트리지는 아니라고 말한다. 개인이 시장을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실제로 시장을 장기적으로 이긴 투자의 전설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2~3년의 단기간이 아니라 20~30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시장을 큰 폭으로 이겨왔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이겼을까? 시장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뿐일까?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시장을 이기는 방법은 여러 개이고 그 전략 또한 다양하다. 파트리지는 투자 세계의 양대 산맥인 ‘가치 투자’와 ‘성장주 투자’뿐만 아니라, 단기 트레이딩과 공매도, 벤처 캐피털과 퀀트 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의 투자로 시장을 이긴 거인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이들을 “슈퍼투자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책은 20명의 “슈퍼투자자”들을 엄선해 그들의 생애와 투자 전략, 최고의 투자 사례를 톺아본다. 거기에 더해 일반 투자자들이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살펴본다. 이 책에서 다룬 슈퍼투자자 중에는 단기 트레이더(리카도, 리버모어, 소로스, 스타인하트)도 있고, 가치 투자자(그레이엄, 버핏, 볼턴)와 성장주 투자자(피셔, 린치, 크로스, 프라이스, 트레인)도 있다. 이들의 전략은 기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들이나, 이 책에서는 인물별로 디테일한 차이와 특징을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
여기에 더해 벤처 투자자(도리오, 클라이너, 퍼킨스), 글로벌 투자자(템플턴), 공매도 투자자(윌슨), 퀀트 투자(소프), 인덱스 투자(보글)의 사례도 소개한다. 끝으로 위대한 경제학자들(케인스, 새뮤얼슨)의 흥미로운 투자 성공과 실패 사례도 다룬다. 이들은 투자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분야로 분류되지만 모두 묵직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거물들이다.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들의 전략을 일반 투자자들이 “얼마나 쉽게 배우고, 따라하고, 모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호텔식 별점 시스템을 적용한 평가 항목을 통해 독자들은 재미와 함께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자신의 기질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 특히 결론부에 제시된 10개의 투자 조언은, 극도로 성공한 투자자들로부터 추출한 투자 지혜의 정수이자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