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본문소개
제2절 공작의 인적 구성요소
1. 공작관(Case Officer)
공작관(工作官)이란 최고정책결정권자의 명령을 받아 특정한 비밀공작의 계획수립과 이의 실행에 필요한 공작원 및 협조자 등을 물색, 포섭, 동기부여, 교육훈련, 공작금 제공, 현장 파견 및 귀환 조종, 해고를 하는 등 일련의 공작업무의 역할을 맡는 담당관을 말한다. 공작원이나 협조망을 통해 첩보를 수집하고, 특정목적을 실행, 성과를 거양하기 위한 공작활동을 지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자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Case Officer(C/O) 또는 Agent Handler, Operator라고 번역된다. 공작관은 공작의 4대 요소인 공작목표, 공작관, 공작원, 공작금 중의 하나에 포함된다.
우리나라 경찰학 사전에는 “공작본부의 사업을 계획, 검토, 평가하고 현지 공작상황을 감독, 조정하는 인원과 현지에서 공작원을 모집하고 훈련, 조종 및 기타 관련된활동을 포함하여 공작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인원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공작관들은 주로 정보기관의 본부에 상주하면서 업무를 수행한다. 즉 위험지역이나 현장에서 직접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케이스(case)이다. 왜냐하면 공작관이 피포 되면 그가 알고 있는 조직의 내부조직 정보나 국가의 의도, 조직이 운영하는 공작원 및 협조자의 인적 자산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현안정보가 적에게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공작관이 적에게 피포 되었을 경우에는 조직은 새롭게 공작조직의 편제를 재구성해야 한다. 즉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러한 위험과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은 외교관 신분으로 백색(white) 공작관을 재외공관에 내보낸다. 백색 공작관은 공작활동을 하다가 적발되어도 외교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추방되지만 체포되거나 구속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 관례이다. 반면에 흑색(black) 공작관은 철저하게 가장 신분을 확보하여 활동하기 때문에 쉽게 노출되
지 않지만, 적에게 노출 시 외교관이나 주재관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백색과 흑색은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활동지역의 공작환경에 부합하게 적절히 적용하고 있다.
공작관은 공작을 착수하여 종료될 때까지 용의주도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여야 하며 수행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공작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고력과 임기응변의 능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따라서 공작관은 성공적 공작 수행을 위해 냉철한 지혜와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춘 최고의 연금술사이자 베테랑이어야 한다.
이러한 유능한 공작관은 공작원과 조직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성공적으로 당초 수립한 공작목표를 달성하는 자이다. 만약 그가 운이 매우 좋은 사람이라면 제임스 본드와 같은 유능하고 뛰어난 공작원을 만난 경우이다.
서평
정보와 공작, 이 용어는 금기(禁忌)의 단어로 긴 세월 동안 정보기관들의 독점적 전유물처럼 사용되었다. 때로는 공포의 상징으로, 때로는 탄압의 상징으로, 때로는 비밀의 상징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음침한 단어이다. 그러나 정보와 공작 그리고 방첩은 이제 그 판도라의 문을 열어 국가정보와 국가정보학에 대한 학문적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켜야 되는 시대가 다가왔다.
정보 그리고 공작과 방첩, 이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칼날의 양면처럼 밀접한 관계이다. 정보분석의 대명사가 분석관(Analyst)이라면, 정보수집의 대명사는 공작관(Case Officer)이고, 스파이 색출의 대명사는 방첩관(CIO)이다. 국가 최고정책결정권자의 성향과 지향점에 따라 그 무게추가 분석 사이드에서 공작 사이드나 방첩 사이드로 중심이동을 하거나, 때로는 공작 사이드에서 분석 사이드로 역전되기도 한다. 2019년 2월 제2차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CIA의 미심쩍은 북한 핵미사일 정보분석에 의한 빅딜보다 노딜 공작을 선택하였다.
공작은 흔히 비열한 계략(dirty trick), 더러운 전쟁(dirty war), 보이지 않는 손(the hidden hand) 등으로 표현되지만, 공개적인 문서에는 특수활동(special activity), 특수정치활동(special political activity), 적극적 조치(active measure), 특별임무(special assignment), 제3의 선택(the third option), 조용한 대안(quiet option) 등의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국가정보기관의 비밀활동에는 첩보수집활동, 방첩활동, 공작활동이 모두 포함되지만, 무엇보다도 국가정보활동의 꽃은 비밀 공작활동이다. 비밀공작은 첩보수집활동과 방첩활동을 포함하여 정보기관이 대외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수행하는 비밀활동을 의미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정보, 공작 및 방첩과 관련되어 출판된 서적의 대부분이 이미 오래전에 출판된 내용과 사실들이 기술되어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 지식을 습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중 일부 서적은 현실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융합학문인 국가정보학의 방대한 이론과 사례들이 너무 장황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는 국가정보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시간을 너무 낭비시키게 하고 쉽게 싫증을 내게 한다. 그러나 본서는 ‘정보, 공작과 방첩, 정보협력 그리고 정보기구, 정보실패와 정보통제’ 분야에서 정제된 몇몇 대표 사례와 핵심 주제, 용어, 기초이론 등을 중심으로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면서 그동안 내용이 부실하였던 공작론 분야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기술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간된 정보 · 첩보 · 공작 · 방첩과 관련된 국가정보학의 내용에는 일정 부분 오류도 발견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보안이라는 장벽 아래 정보기구의 실태에 대해 제대로 학문적으로 공유하거나 문자화시키지 못한 환경적 문제점도 있지만, 현장에서 경험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사실적 측면도 많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본서는 장기간 정보기관의 정책과 실무 일선(field)에서 근무한 경험적 이해와 함께 정보기관 퇴직 후 대학에서 이론적 체계와 학문적 연구의 뒷받침을 갖춘 저자가 기술하였다는 측면에서 그 효용성과 현실 접근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앞으로 본서는 국내외에서 국가정보학의 체계적 학문이론의 기본서이며 지침서 역할을 할 것이다. 본서를 통하여 국가정보원, 국방정보본부, 경찰청, 각군 정보부대, 경호실 등 정보관련 부처의 근무직원뿐만 아니라 정보학계, 탐정업계 등과 관련된 전문가들에게 최신 국가정보학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학문적 지평을 넓혀 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