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각각의 인생 도정에서 맺은 소중한 사제 간 인연을 소개한다.
책의 1부에는 어려운 시절을 무사히 건너도록 인도해 주신 은사의 이야기를 실었다. 진학은커녕 먹고사는 일도 가혹했던 시절, 피상적인 의무와 책임의 범위를 넘어 제자의 삶을 보살펴 주신 웅숭깊은 젊은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폐어가 된 듯한 ‘스승의 은혜’라는 어구를 소환한다.
2부에는 필자들을 교수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 준 선배 교수님들과의 일화를 담았다. 학문과 교육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게 되기까지 쌓아야 했던 경험은 저 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방황하는 길목에서 방향을 짚어 준 손길이 없었더라면, 상하의 경직된 관계를 훼철하고 동료 교수로서 나란히 걷기를 허용한 마음이 없었더라면, 후학의 길은 지금보다 훨씬 험난하지 않았을까.
3부에는 교수로서의 삶과 인생 전반에 모범을 보여주신 선생님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당신의 인생관과 그 실천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정도, 사제 관계의 본보기가 되신 스승의 자취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제자의 삶에 규준이 되었다.
4부에는 교수가 된 후 인연을 맺게 된 제자들과의 에피소드를 수록했다. 여기에는 제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스승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완연하다. 완강해 보이기만 했던 스승의 여린 속내가 정겨운 문장 사이사이에는 제자를 향한 애정과 자부심이 깊이 배어 있다.
5부에는 동료로서 만난 인생의 사표(師表)와 퇴임 후의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도전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선의와 신망으로 지역감정이라는 망령을 무력화하고, 이러한 환경에서 다른 어려운 이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자라났다는 체험담은 상처 많은 우리 사회에 희망을 전해 준다. 한편, 퇴임 후 교수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는 다른 의미에서 인상적이다.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새로 시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버거운 일이다. 저자는 퇴임한 교수로서 초등학교 시절에 겪은 글쓰기에 관한 트라우마를 안고 학교 밖 수필 교실의 학생이 되었다. 저자의 글은 그 도전의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성과가 어떠했는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배움은 학제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학교에 다니든 아니든 항상 누군가의 스승이요 제자로 살아가기 마련이다. 다만 보다 공식적인 스승-제자 관계 안에서 경험된 삶의 이야기는 그 ‘스승 됨’, ‘제자 됨’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돌이켜보면 스승이 스승일 수 있었던 것은 학식이나 지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결국은 사랑과 믿음으로 제자의 가능성을 지켜 주었기 때문이며, 청렴과 성실함으로 귀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자 역시 제자라는 신분 때문이 아니라 기꺼이 배우려는 마음으로 스승을 대했기에 비로소 제자가 될 수 있었다. 사제 간의 감사와 사랑이 담뿍 담긴 이 책이 스승-제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정함과 용기를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사제가 동행하는 이 길이 서로에게 고운 꽃길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