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하나로 국내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한 ‘15조 원의 사나이’ JJ Park
”지난 (2013년) 6월 7일 JP모건이 내놓은 한 장짜리 ‘삼성전자 보고서’는 한국 증시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JP모건이 이 회사와 계약을 맺은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에게 배포한 보고서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는 대폭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하루만 6.18% 추락해 15조 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증발해버렸다. 삼성전자 주가 폭락을 이끈 JP모건의 삼성전자 보고서 발간을 주도한 인물은 JP모건 증권 서울지점 박정준 전무다.“
_2013년 6월 〈주간조선〉 기사 발췌
『반도체 투자 스펙트럼』의 저자 박정준은 1996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해 메모리마케팅본부와 국제금융팀에서 근무하며 반도체 산업 전반에 관한 배움을 얻었다. 자본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2001년 굿모닝증권(현 신한투자증권)에 들어가 반도체 애널리스트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유럽계 증권사를 거쳐 2002년 JP모건증권에 입사했다.
21년 넘게 JP모건에 근무하며 한국 리서치 헤드, 아시아 IT섹터 헤드를 역임했다. 입사 8년 만인 2010년에 Managing Director, 즉 임원으로 승진했는데, 이는 JP모건 한국에서 최연소 임원 승진 기록이었다.
위의 〈주간조선〉 기사에서 보듯, 2013년 6월 박정준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삼성전자 보고서’로 국내 주식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장밋빛 전망이 다수 의견인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추고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담은 박정준의 리포트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리포트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했으나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워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고 그는 회고한다.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는 박정준 애널리스트가 예측한 방향대로 움직였고,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저자 박정준은 대다수 애널리스트가 주가가 오를 만한 요인을 찾으며 매수 의견을 내놓는 시장 분위기에서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면밀히 파악해 투자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해왔다. 그 덕에 ‘JP모건의 JJ는 다소 비관론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지만, 긍정론이 지배하는 주식시장에서 리스크에 대한 냉철히 분석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것이 JJ Park의 차별화 포인트이며 그가 20년 넘게 한국 대표 애널리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분석을 통한 투자 방향 제시
『반도체 투자 스펙트럼』에서 저자 박정준은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며 반도체 트렌드 변화와 이에 따른 반도체 시장 슈퍼사이클을 이야기한다. 반도체 수요가 90년대의 PC, 2010년대의 모바일, 현재의 서버(AI) 및 자율주행 산업으로 확장함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형성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95’ 운영체제는 1995년에 반도체 역사상 최대 호황을 이루어냈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 구매한 일은 2018년의 슈퍼사이클로 이어졌다. 최근의 HBM 이슈로 2024년 또 한 번의 슈퍼사이클을 맞게 되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4년마다 반복되던 과거의 사이클과 달리 최근에는 호황의 주기가 1년 내외로 짧아지고 불규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시장이 암울할 때 투자하고 반도체 사이클이 장밋빛 전망일 때 수익을 실현하는 역발상 투자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슈퍼사이클과 더불어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또 다른 요소는 반도체 공급망이다. 반도체 비즈니스 모델인 종합반도체(IDM), 팹리스, 파운드리와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업체, 그리고 조립 및 검사 업체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정 이슈에 따라 주가가 함께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글로벌 공급망 분석이 반도체 투자의 핵심이라고 역설한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저자 박정준이 추천하는 투자처는 이 책의 Part 3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도체 투자에 관심을 둔 독자들을 위한 길잡이
『반도체 투자 스펙트럼』에는 반도체 기술 관련 용어, 주식 분석 관련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책 뒤편에 부록을 마련해 반도체 기술 및 투자에 필요한 주식(지수) 관련 용어를 모두 실었다. 용어부터 어렵고 생소한 관계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줌으로써 반도체 산업과 주식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반도체의 역사부터 한국 반도체의 과거와 현재를 훑어보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전망과 투자 가이드를 제시하는 『반도체 투자 스펙트럼』은 반도체 투자에 관심을 둔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