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다정하고 따스한 것을 좋아하는 마음일 거야
《화들짝 지구 불시착》은 몽글몽글 다정하고 따스한 책이다. 무모한 것 같은데 우습고, 담담한 것 같은데 슬프기도 했다가, 한없이 유쾌하고, 끝끝내 다정하다. 이런 작가와 친구를 먹으면 참말 재미날 것 같다. 슬리퍼 질질 끌고 동네 먹태집에 앉아 수다를 나누면 서너 시간쯤 금방 흐를 것 같은 느낌. 실제 그렇기도 하다. 김서령 작가는 누구와도 친구 먹기 좋아하는 사람. 새침한 듯하지만 새침한 적 없고, 쿨한 듯하지만 알고 보면 미련쟁이고, 고개 까딱 하는 목례보다는 폭 껴안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책에도 오롯이 그런 마음이 담겼다. 산문집이란 으레 작가의 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김서령의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종알종알 잘 떠드는 애인의 어깨에 기댄 기분이 든다. 봄처럼 따뜻하다.
대단할 것 없는 일상을 그림으로 남기는 사람
소소한 생의 알리바이는 그림으로 남겨지고
그림을 배운 적 없다. 그냥 혼자 그렸다. 잘 그리는 그림이든 못 그리는 그림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나 좋자고 그리는 건데. 그렇게 생각했다지만 막상 책에 넣으려니 작가는 발을 동동 굴렀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그린 걸 책에 넣어도 돼요?”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작가가 지나온 시간에 대한 증언이다. 생의 알리바이다. 작가의 글만큼이나 그림 역시 다정하고, 그림을 보는 우리는 그래서 나른해지고 노곤해진다. 조금 쉬어도 될 것 같은 기분. 희한하게도 위로받는 기분. 그동안 고독했다면, 피곤했다면, 아마 김서령 작가가 건네는 이 책이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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