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처음으로 쓴 이향란 시인은 시단에서 시 잘쓰기로 유명한 시인이다. 그는 “사라지지 않은 내 안의 어린 목소리를 듣는데 십여 년 가량이 걸렸다. 거기에는 나와 함께 했던 예닐곱 명의 아기들이 큰 몫을 했다. 나는 그들의 눈빛으로 맑아졌고, 그들의 웃음소리로 가벼워졌으며, 그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행복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시인의 말’ 부분)라고 했다.
왜냐면 그는 베이비시터로서 현장 일터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사이드 직업을 가졌기 때문일 터이다. 자연히 아이들을 돌보며 아이의 마음으로 성정이 꽃피면서, 시인은 이제는 성장한 딸들에 대한 어릴 적 추억에 가 닿았으리라. 어쩌면, 동시와 컷 만화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선물이고, 딸이 엄마에게 바치는 배냇짓이 아닐까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세상의 엄마와 자식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의 글은 이 책의 컷 만화를 그린 딸, 박예현이 엄마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시를 쓰는 엄마 밑에서 자랐음에도 유독 책을 읽는 게 싫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위해 동화책과 그림책을 잔뜩 사주곤 하셨지만,
그럼에도 책 읽기를 싫어하자 나를 무릎 위에 앉히고
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동화책을 읽어주곤 했다.
엄마가 밖에서 일을 하고 내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나는 엄마가 읽어줬던 동화책을 다시 꺼내 읽고 또 읽었다.
내게는 그 동화책이 혼자 있는 나를 위해 엄마가 두고 간 사랑의 한 조각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자 엄마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푸는 일을 하기 시작하셨다.
항상 어떻게 해야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엄마는
그동안 경험했던 감정과 경험을 담아 한 권의 동시집을 만들기로 했고,
마침 내가 그림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함께 만든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나와 엄마가 그랬듯이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사랑으로 가득 차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준 기억이 나의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티게 해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이 책이 외로움을 버틸 수 있는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