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 그림책의 시대, 우리 그림책의 오늘
그림책 읽기 열풍이 불고 있다. 어린이는 물론 아이를 키우는 부모,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직장인, 육체적인 제약과 고립으로 힘들어하는 어르신이 그림책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이고 있다. 전 세대가 그림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즐거움을, 위로를, 지식을 얻는다.
시각 이미지가 더욱 중요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으로 보인다. 사회적인 환경과 현대인의 요구로 그림책이 주목받는 요즘, 그림책의 발전을 위해 내부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2000년대 들어 우리 그림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앞으로도 더욱 선전하기 위해 현상 이면의 내실을 차근차근 쌓아 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그림책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그림책 평론가 이은주는 주목받는 작가 10명의 작품 17편의 평론을 통해 그림책의 그림 읽는 법을 들려준다. 그림책에서 얻는 위로를 섣불리 전하는 것이 아니라 글과 이중주를 이루는 그림책 고유의 특성에 맞게 더 풍요롭고 깊이 있게, 다양한 감상을 풀어 놓았다.
저자의 평론을 통해 우리는 그림이 지닌 풍부한 서사를 읽는 법을 배우게 된다.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공생’이라는 그림책 고유의 특성이 살아 있는 그림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눈부신 성과를 이룬 우리 그림책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저자의 애정 어린 비평을 접할 수 있다.
작가 유리 슐레비츠가 말한 것처럼 글은 그림을, 그림은 글을 반복하지 않으며 서로를 보완하고 완성해야 한다. 사회적인 문제, 환경과 생태적인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풍부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려내는 그림책, 인간과 자연이 동화되고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그림책 읽기를 통해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변주된 좋은 그림책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02_ 다양한 형식의 변주와 확장된 그림책의 내일
현재 활동하는 주요 그림책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감상과 비평을 담은 1부에 이어 2부는 2015년에는 라가치상 5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작을 낸 것을 기점으로 우리 그림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글에 비해 그림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고, 그림의 형태와 크기, 질감 등은 종이와 디지털 매체에서 같을 수 없다. 예술의 영역에서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커서 그림책의 형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2장에서는 그림책 형식의 새로운 실험을 보여 준 여섯 편의 작품의 평론을 담았다. 저자는 조선경의 『마고 할미』, 조은영의 『달려 토토!』, 조수경의 『나』, 김지민의 『하이드와 나』 등 2010년대 주요 작품 평론을 통해 형식의 변주와 확장된 그림책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또한 라가치상 수상작인 정유미의 『나의 작은 인형 상자』, 지경애의 『담』, 박연철의 『떼루떼루』 등 여섯 작품을 통해 서구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지난 20년간 급성장한 국내 그림책의 오늘과 내일의 발전 방향을 짚었다.
내실을 다지고 그림책의 풍성한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그림책 평론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외치는 저자의 깊이 있는 감상과 비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책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또한 내일을 준비하고 성찰하기 위한 제언도 담았다. 이를 통해 우리 그림책의 더욱 풍성한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03_ 그림책의 태동기와 형성기
우리 그림책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서구의 그림책 역사와 비교하면 아주 짧다. 또한 굴곡진 근현대사로 인해 기록이 남아있지 않거나 유실된 자료도 많다. 그림책 역사에 관한 연구가 미비한 가운데, 저자는 3부에서 우리 그림책의 내일을 위해 어제에 해당하는 그림책 역사의 개괄을 시도한다.
서구식 교육 제도가 도입되고 교과서에 첫 삽화가 실린 1896년 이후 그림책의 태동기에서 해방 이후 지금의 그림책 모습을 갖춘 1987년까지의 도입기, 본격 창작 그림책이 나오고 성장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던 2003년까지의 형성기, 독자의 열광적인 호응과 함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룬 2020년대의 성숙기까지의 우리 그림책의 형성과 발달 과정을 꼼꼼하게 살폈다.
특히 희귀본인 최초의 아동잡지 『소년 한반도』, 『아이들보이』, 『어린이』를 비롯하여 『아이생활』에서 삽화를 분석하고 살피면서 우리 그림책의 태동기를 기록했다. 저자의 노력 덕에 우리는 초창기 그림책이 누구에 의해 주도되었고, 어떠한 상황에서 발간되었는지 그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