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병원의 공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공간 관계의 구조화를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립한 체계를 소개하며 감염병전문병원의 개념, 공간구성 및 건축계획요소, 계획단계별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련 시설의 연구, 기획, 계획, 운영의 과정에서 이 책이 소용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21세기에 등장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한 물리적 환경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감염병전문병원에 대한 연구기록이다. 광복 이후 설립된 현대식 종합병원과 나병환자를 위한 일부 시설을 제외하면 21세기 이전에 국내에 감염병을 위한 전문시설은 없었다. 2003년 사스, 2009년 인플루엔자,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등 해외에서 유입된 신종 감염병으로 인해 세계보건기구의 대응 및 국내 관련 정책이 발현되었으며, 2020년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대유행으로 감염병전문병원에 대한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2006년부터 추진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설치를 필두로 하여 감염병 입원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중환자부, 외래부, 수술부 등 주요 진료부서는 일부 개조하거나 증축한 소규모시설로 현재 건립 중이며, 아직 개원하여 운영해 본 사례가 거의 없고 운영 및 시설 기준의 적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필자의 감염병전문병원에 대한 연구는 관련 문헌과 설립예정인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의 기본계획도면의 분석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감염병전문병원이 설립중으로 실제 공간 이용 현황이나 거주 후 평가 등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아쉬우나, 2003년부터 발병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한 물리적 환경에 대한 연구를 기록하고, 논의의 바탕을 마련한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감염병전문병원은 예측할 수 없는 질병에 대응해야 하는 미래의 의료시설이다. 현재의 감염병전문병원은 종합병원의 진료체계를 기반으로 하며, 음압격리실을 중심으로 감염 예방을 위한 물리적 공간구획이 최대화된 형태이다. 만약 원격의료기술의 개발로 인해 이러한 물리적인 공간구획이 불필요해진다면? 접촉, 비말, 공기 외의 다른 매개채를 통해 감염원이 전달된다면? 종합병원의 진료체계가 달라진다면? 현재의 감염병전문병원은 거추장스러운 건조물로 전락하며 역사의 유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일상으로 침투한 감염병의 존재로 인해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였으며 병원 설계에 새로운 프로토 타입을 인류가 함께 고안하도록 했다. 언젠가 역사의 유물이 될 미래병원의 궤적을 기록하는데 일부 참여하게 된 것을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