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에 수용하기 어려웠던, 시대를 초월한 그의 천재적인 ‘시’ 세계
그리고 왠지 조금은 더 사람 냄새가 느껴지는 ‘수필’과 ‘서간’ 속 문장들
굳어진 예술에 저항하는 이단아 이상의 창조적 문학에 주목하다
한국 문학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이상은 거의 유일무이하게 ‘천재’라는 수식이 붙는다.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지만, 그러한 평가에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그가 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특유의 감각과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유례없는 형태를 보여주는 이상의 시는 기존의 시작법을 파괴하고 일체의 전통과 기성가치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상은 시를 조형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의 형태로 그려내어 그야말로 시의 세계를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이끌었다. 또, 소설에서는 주관적 내면세계를 해부하여 현대인의 절망과 불안심리를 형상화함으로써 다시 한번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수필에서는 어두운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생겨난 작가의 내면심리와 고뇌를 조금 더 주체적이고 진솔하게 표현했다. 그 진솔함은 시 세계와는 사뭇 다른 사람 냄새를 전해주는 듯해 반갑기도 하다.
『이상 전집』은 모든 분야에 걸출한 이상의 작품들을 두 권으로 나누어 최대한 다양하게 담아냈다. 『이상 전집1』은 그의 대표작인 「날개」를 비롯하여 「12월 12일」, 「지주회시」, 「봉별기」, 「동해」, 「지팡이 역사」 등의 소설과 「황소와 도깨비」라는 짧은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 전집2』은 「이상한 가역반응」, 「오감도」, 「3차각설계도」 등 대표적인 시와 「권태」, 「슬픈 이야기」 등의 여러 수필 작품 그리고 개인적인 서간을 옮겨 담았다. 특히 『이상 전집2』에서는 다소 난해한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어휘 풀이를 함께 수록하고, 이상이 의지하고 따르던 시인 김기림과 이상의 여동생 김옥희가 이상을 추억하며 쓴 회고의 글을 부록으로 덧붙여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삶, 단면까지 살펴볼 수 있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이자
온몸으로 신세기, 신세대의 빗장을 열고자 한
시대초월적인 모던보이 불멸의 아티스트, 이상
이상의 수많은 문학 작품 중에서도 시는 더더욱 파격과 실험, 상식과 질서에 대한 거부로 점철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그의 문법은 기존 타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던 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경향을 보여주며 사실 당대에는 수용 불가능하게 여겨졌고 독자들의 항의로 시 연재가 중단된 일도 있었다. 작가로서 수치심, 모욕감 혹은 그를 넘어서는 고립감을 느낄 수도 있을 만한 사건이었다.
이상은 어린 시절부터 문학은 물론 그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이후 건축과 기사 경험에서 비롯된 영향인지 기존의 문학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더니즘 문학의 진경을 펼쳐냈다. 기하학 기호의 난무, 건축과 의학 용어의 남용, 해독 불능의 구문으로 이루어진 시들, 악질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띄어쓰기 무시, 당시로서는 이러한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서술법이 당대를 훨씬 앞지른 정신분열적 언어의 파행이라는 엇갈린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대중이나 평단이 그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는 창작자로서, 실험자로서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작품이 어떤 불협화음처럼 전달되고 오해를 낳더라도 문학과 창작에 대한 가치관을 타협하지 않았고 의지 역시 꺾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러한 창작 생활을 지속해갔기에 그의 작품들 다수가 여전히 해석이 어려운 미스터리로 남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까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지 모른다.
또한 당대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모독당한 그의 문학은 후학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그가 한국문학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천재’라는 수식이 따르는 최초의 모더니스트임에는 의심이 없으며,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로 영원 불멸하게 기억될 것이다. 그를 이루는 독특한 문학적 요소들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연구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독자들도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이상의 작품을 다시 한번 읽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상 문학 전집 2』에는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 「거울」을 비롯하여 그가 남긴 91편의 시, 22편의 수필, 그리고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10편의 서간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