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고령 사회의 현실화
노년의 삶, 주거 공간이 좌우한다!
“화장실조차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밤에는 물도 참는다”는 고령자의 목소리는 익숙한 집이 점점 더 위험한 공간으로 변해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오래도록 살아온 집을 떠나 요양시설로 옮기라는 권유를 받지만, 삶의 흔적이 담긴 익숙한 공간을 떠나는 일에 큰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는 이처럼 고령자들이 직면한 일상적이고도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고민은 단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지금의 집과 도시가 언젠가 내게도 위험한 환경이 될 수 있다. 초고령 사회가 현실화된 2025년, ‘나이 들어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지금 공간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 또한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노년 신경건축학자인 김경인 박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접근 가능한 공간 설계와 신경과학적 원리를 결합한 건축 디자인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그는 인간 중심의 공간 디자인을 통해 노년기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이 책은 고령자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자립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공간, 주거, 도시라는 세 가지 관점을 통해 고령화 시대의 주거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룬다.
1장에서는 고령자에게 익숙했던 집이 시간이 지나며 점차 위험한 환경으로 변모하는 원인을 다룬다. 2장에서는 작은 설계 변화가 고령자의 삶에 가져올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3장에서는 개인의 주거 공간을 넘어 도시와 사회적 환경으로 논의를 확장하며, 세대가 공존하고 존엄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도시 설계의 비전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고령자만을 위한 설계를 넘어, 세대 간 연결과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공간은 단지 고령자의 안전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고령자와 모든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나이 들어도 살기 좋은 도시,
대한민국형 초고령 사회 주거 솔루션
“침대 하나, 손잡이 하나처럼 작아 보이는 변화가 고령자의 존엄과 자립을 지킬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도시 전체를 재구성하고, 결국 모두를 위한 미래를 설계하는 길이 됩니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는 대한민국보다 30년 먼저 초고령 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주거 및 도시 설계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현실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며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탐구한다.
일본은 1994년 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14%)에 진입했고, 2007년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21%)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실험적 주거 모델과 도시 설계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노년층과 젊은 세대가 공존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셰어 가나자와’와 치매 환자와 고령자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인 ‘호그벡 마을’이 있다. 이 두 사례는 고령자의 고립을 줄이고 돌봄과 독립성을 동시에 지원하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의 현실에 맞는 주거 환경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침대, 의자, 손잡이 같은 소소한 변화에서 시작해, 아파트 단지 내 공용 공간을 세대 간 교류의 장으로 전환하거나, 고령자를 위한 안전한 가구와 보조기구 배치를 통해 자립성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밀집된 아파트 중심 구조를 가진 한국의 특성을 고려한 ‘도심형 세대 통합 주거 모델’이나 ‘공유 공간 중심 커뮤니티 설계’를 제안하며, 초고령 사회에서도 고령자와 젊은 세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도시 비전을 제공한다.
이 책은 노인의 주거 문제를 넘어, 세대가 공존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벤치 설치, 보행로 정비, 세대 간 교류 공간 마련 등 작은 변화만으로도 도시를 ‘나이 들어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사례에서 성공적으로 도입된 요소를 참고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아파트 중심 주거 환경과 인구 구조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는 초고령 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품위 있는 노후를 꿈꾸는 중장년층, 부모님의 주거 환경을 고민하는 자녀들, 그리고 고령화 시대의 해법을 모색하는 전문가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공간 설계의 방향을 제시하며, 모두가 나이 들어도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