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 다쿠보쿠는 일찍이 중학생 때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이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아홉이 되던 1905년, 시집 《동경(あこがれ)》을 내고 일약 천재 시인으로 불리며 문단에 데뷔한다. 그러나 당시는 글을 써서 생활하는 소위 프로 작가들이 탄생하기 전이었고, 그나마 신문이나 상업 잡지 등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소설류여서 그의 시집이 생활에 보탬이 되지는 못했다. 작가는 이듬해 그가 동경했던 시인이자 그의 문학적 후원자가 되어 주었던 시인 요사노 뎃칸, 아키코 부부의 거처 신시샤에 머물며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를 비롯한 여러 소설을 접하는데, 이에 자극을 받아 소설가로의 전향을 꿈꾼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그의 소설 데뷔작 〈구름은 천재다〉다.
구름은 천재다
소설의 주인공 아라타 고스케는 어느 농촌 시골 마을 소학교의 임시 교사다. 어느 날, 그는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창가를 지어 몇몇 학생에게 부르게 하는데, 이것이 인기를 얻어 학교에 순식간에 전파된다. 그러자 교장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아라타를 비난하고 여기에 수석 교사도 교장 편을 들며 합세한다. 이에 질세라 학생들은 아라타를 지지하며 학교가 떠나가라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이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사내가 등장하며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이 단편은 다쿠보쿠가 의욕적으로 단숨에 쓴 소설로 발표 당시 구성상 약점이 지적되며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뜨거운 마음으로 쓴 것이 역으로 작가의 생각이나 반권력적인 성향을 꾸밈없이 드러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삿포로
1907년, 하코다테에 대화제가 일어나자 그곳에 체류 중이던 다쿠보쿠는 더 이상 그곳에서 문필 활동을 이어 가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생활을 위해 《호쿠몬 신문》사의 교정직 일을 얻어, 가족을 남겨 둔 채 삿포로로 이주한다. 〈삿포로〉는 작가의 당시 경험을 회상하는 소설이다. 미완성 소설로서 생전에 발표되지 않았으나, 작가 사후 1929년 가이죠사에서 발행한 그의 전집에 수록되어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