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캠벨의 중세 유럽에 대한 통찰력 있는 지식이 현대 과학의 성과와 결합하여 기후 불안정에 직면한 사회들이 어떻게 기근과 페스트를 겪게 되었는지에 대한 탁월한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_마틴 돈턴,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
“대담한 학제적 연구의 성과다…. 캠벨의 책은 학자들, 과학자들, 그들의 후학들, 그리고 일반 독자들의 문제의식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_리처드 C. 호프만, 토론토 요크대학교 교수
팬데믹 이후 -
2019년 12월 발병한 코로나19는 삽시간에 전 지구적 감염병으로 확대되어 세상을 멈춰 세웠다.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개인과 사회가 전 영역에서 위기에 빠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모든 나라의 경제 지표들은 크게 뒷걸음질 쳤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더할 나위 없이 컸다.
2023년 5월 엔데믹이 선언되었지만 세상은 이제 전과 같지 않다. 사람들은 세계화의 전방위적 확대에 잠재해 있던 위험성을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 인공위성 수천 개를 쏘아 올릴 정도로 과학이 발달했어도 상시적인 대비체제 없이 맞닥뜨린 감염병에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살아 있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
근래에 팬데믹을 겪으며, 현대 사회는 새삼 21세기에 전염병이 기후변화와 전 지구적 경제망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가속되는 기후변화가 또 다른 감염병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활성화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또다시 광범위한 감염을 견인할 것임을 우리는 이제 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세계화와 현대 사회, 좁게는 인간의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팬데믹 앞에서 무력화되었던 경험은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기후변화와 전염병의 결합해 온 방식과 그 영향을 살펴보게 되었다. 자연스레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통하는 중세 페스트가 화두에 올라, 페스트의 기원과 원인, 희생자의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인 파급 효과에 대해 새로운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대전환의 시대 -
『대전환: 중세 말 세계의 기후, 질병, 그리고 사회』은 놀랍게도 팬데믹 한참 전에 기후변화와 전염병의 상호 작용에 천착한 영국의 경제사학자 브루스 M. S. 캠벨의 저술이다. 2017년 란키 상을 수상한 이 책은 13세기 말부터 15세기 사이 페스트 유행을 통해 기후변화와 인간 사회의 역동적 관계를 추적한다.
14세기에 구세계에서 오랫동안 확립되어 있던 역사적 추세의 궤도로부터 이탈한 일련의 근본적이며 급격한 변화들이 발생했다.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던 교류 네트워크가 파괴되었고, 라틴 기독교 세계는 15세기 말 대항해가 시작될 때까지 벗어날 수 없던 경제 위축과 인구 감소 시대에 돌입하였다.
브루스 캠벨은 이 ‘대전환’ 시기 유라시아 전역에 걸친 상업 침체, 전쟁, 기후변화, 그리고 흑사병의 발발이 인류 운명의 반전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 국민소득 추정치, 고기후 복원자료, 페스트 희생자의 치아에서 추출한 DNA의 유전자 분석 등이 포함된 새로운 역사적, 고생태학적, 생물학적 증거들이 동원되어 중세 말 서유럽 상업경제의 생성, 붕괴, 재편을 다각도로 비춘다.
날카로운 시의성, 학술적 깊이와 정확성, 무엇보다도 이상적인 학제 간 연구의 실례로서 『대전환』은 팬데믹을 거쳐온 오늘날 또 한 번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1세기 초를 사는 우리도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 기후위기, 크고 작은 팬데믹의 발병, 지구촌 과밀화, 끊임없는 분쟁과 전쟁, 자원 부족, 빈곤과 양극화, 국제·국내의 갈등을 조정할 권위의 결여 등.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지나간 역사로부터 작은 부분이라도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