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흘러흘러 바다로 가듯이
어부는 개별적 직업으로 물고기를 잡다가, 바다라는 공통적 환경에 관해 알게 된다. 그리하여 어부는 마침내 바다 철학자가 된다. 당신과 나의 개별성은 삶에 눈을 뜨는 실마리다. (‘개별성을 마주하다’, 35쪽)
구영회 작가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평범한 일상의 행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 에세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각박한 사회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개인의 일상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했던 것이다.
《강 건너에는》은 이러한 작가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삶을 넘어 모든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보편적 깨달음을 담아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즉 사는 일, 나이 드는 일, 병드는 일, 죽는 일에 대한 단상, 그리고 피안의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냈다. 그러나 그것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기보다는 매우 일상적이고 구체적이다. 작가의 하루하루, 가족과 친구들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그러모았기 때문이다.
작은 강물이 모여서 마침내 거대한 바다와 만나듯이, 생활 수필가는 마침내 삶의 철학자가 된 것이다.
석양이 질 무렵 인생의 풍경
죽음을 첫눈에 비유하는 그 말은 매우 인상 깊게 들렸다. 사람이 살다가 첫눈이 되고 함박눈이 되었다가 다시 봄이 된다는 표현은 죽음을 불편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시각과 해석이 아름다웠다. (‘죽음을 불편하지 않게 들려주다’, 112쪽)
《강 건너에는》에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작가의 삶의 풍경이 담백하게 펼쳐진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연을 즐기지만, 그 모습은 조금씩 변화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해 살기보다는 “랜턴 방향을 거꾸로 돌려 자기 자신을 비추는 일”이 잦아졌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와 이별을 위해 준비하기도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너무 가깝기보다는 적당히 느슨한 교류를 선호하게 되었고,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보내며 위로하고 마음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슬픔에 빠지기보다는 인생의 흐름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며 삶을 성찰하고 사색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간다.
아름다운 지리산 풍경과 맑은 사색이 어우러진 이 책은 인생을 관조하며 영혼의 안식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