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전기 국가와 사찰》은 조선 전기 불교와 국가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태종과 세종의 사찰 ‘혁거’와 ‘철훼’, ‘망폐’가 동일하게 이해된 기존 연구의 오류를 짚어내며 사찰의 지정 해제와 물리적 철거, 폐허화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국가 정책의 지향과 실제를 재해석한 점, 근현대에 널리 알려진 ‘승려 천인 신분설’을 구체적인 사료를 통해 반박하며 조선시대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재평가한 점 등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국가의 정책적 지향, 사찰의 분포와 운영 등을 구체적으로 해석하며, 사상사, 종교사를 넘어 정치사, 사회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가 당시 자료들의 엄밀한 분석을 통해 그려내는 조선시대 정치, 사회와 불교는, 기존의 ‘적대’, ‘억압’, ‘쇠퇴’, ‘고립’의 역사라기보다, ‘공존’과 ‘동행’의 역사에 가까워 보이며, 이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 사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다.
《조선전기 국가와 사찰》은 단순히 불교사에 국한되지 않고, 조선시대의 정치, 사회, 사상적 배경을 고려하여 종합적인 역사 이해를 돕고자 한다. 특히, 명백한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통용된 ‘숭유억불’의 역사상이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것이며 조선을 폄하하고 지배하기 위한 식민사학의 산물이라는 점은, 조선시대 불교의 역사가 단순히 불교사일 수만은 없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조선시대 불교’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바로잡고 그 새로운 역사상을 그려가는 디딤돌이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