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상황을 마주하는 아이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담은 그림책
목요일 아침 10시 15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집안 풍경이었다. 적어도 주전자가 고양이로 변하기 전까지. 갑자기 슬리퍼는 새로 변해 휙 날아가고, 세면대에는 눈과 입이 생겼다. 조셉은 문득 오늘 아침 아빠가 엄마를 데리러 가면서 남긴 수수께끼 같은 말이 떠올랐다. “이제부터 변할 거란다.” 아빠가 말한 게 이런 걸까? 자신을 둘러싼 익숙한 것들이 변하는 상황 속에서 조셉의 두려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이제부터 변할 거란다』는 낯선 상황 속에 놓인 아이들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담았다. 궁금증으로 시작된 감정은 점점 두려움으로 변화하고 어느새 커다란 근심이 되어 조셉 앞에 자리한다. 조셉의 침실 벽에 걸린 그림들과 텔레비전 속 이미지를 통해 조셉이 겪게 될 상황과 감정을 암시한다. 이처럼 앤서니 브라운은 다양한 비유와 숨은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아이들의 감정을 보다 이해하고 공감하게 한다.
가족을 둘러싼 새로운 세계의 시작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게 정말로 변하는 것이라고 느꼈을 때, 한 줄기 빛이 조셉의 방 안으로 들어온다. “네 동생이야.” 조셉이 마주하게 될 변화란, 바로 동생이 태어나는 것이었다. 조셉의 두려움은 한순간에 사르르 녹아 사라진다. 온 가족이 함께 있는 마지막 장면은 가족을 한데 묶어 주면서 조셉에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동생 또한 낯선 존재자가 아니라 또 한 명의 구성원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하며 자연스레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맞이하는 과정은 구성원 모두의 세계가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커다란 변화 속에서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족이라는 단단한 뿌리가 우리를 지탱해 준다면, 다시 원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악어로 변했던 소파가 제 모습을 찾은 것처럼 말이다.
앤서니 브라운식 ‘변형’의 진수를 보여 주는 그림책
『이제부터 변할 거란다』는 1990년 출간된 앤서니 브라운의 초기작 중 하나이다. 특히 이 그림책은 앤서니 브라운식 ‘변형’의 진수를 보여 주며 호평받았다. 이전 작품인 『돼지책』, 『헨젤과 그레텔』, 『고릴라』에서는 단순히 주인공이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는 걸 담았다면, 『이제부터 변할 거란다』에서는 변형의 과정에 집중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물체가 합쳐지고, 서서히 변하는 시각적 영상은 아이를 둘러싼 세계가 변화되는 이야기와 맞닿아 변형 그 자체의 이미지로 펼쳐진다. 마치 상상 놀이 하듯 시시각각 변하는 이미지는 독자들에게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면도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냉담한 분위기가 더해져 이 모든 상황을 담담히 바라 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