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에서 자유를 누리면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동시집
동시집 《우주선 탄 엄마》는 어린이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어린이들이 바라는, 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가족 사이에서 느끼는 따뜻함, 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꿰뚫어 보는 눈으로 소재를 모아서 쓴 동시 57편을 담은 동시집입니다.
한국아동문학작가상과 여러 문학상을 받고, 올해의 좋은 동시집에 선정된 송명숙 동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입니다.
이 동시집은 표제 시와 표지의 그림이 우주에 가고 싶은 아이가 엄마가 미용실에서 파마하는 모습을 보고 우주로 날아가는 상상을 하는 아이의 마음을 그린 것처럼, 상상 속에서 자유를 누리며 행복해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파릇파릇 / 갓 나온 새싹,//
총총총 / 갓 들어온 일 학년,//
갓 나오고 / 갓 들어온 것들 //
새롭다. / 눈부시다.
- <새싹들> 전문
봄이 오면 들과 산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나뭇잎들도 파릇파릇 새잎들이 돋아납니다. 막 돋은 새싹을 보면, 새롭고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귀여운 마음이 듭니다. 이 새싹이 자라서 꽃을 피우고 커다란 나무로 커서 울창한 숲을 만들 거예요. 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새 학년, 새 학기 시작되고, 일 학년 신입생들도 들어옵니다.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처럼, 나중에 어른이 되면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른으로 자랄 겁니다.
동시 <새싹들>은 봄의 새로움을 기대하는 어린이의 밝은 모습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은 동시입니다.
어느 비 오는 밤
개구리네 가족이 아파트 웅덩이에 모여 가족회의를 했대요.
- 개술개술 (논술학원 그만 다닐래.)
- 개구르르 (영어 학원 다니기 싫어.)
- 개골골골 (애들이 힘들어하니 보내지 말아요.)
- 개끝개끝 (안 돼요. 다른 애들에게 뒤쳐져요.)
- 개실개실 (시골 살 때는 학원에 안 가도 좋았었는데…….)
- 개굴개굴 (맞아. 다시 시골로 내려가고 싶어.)
하룻밤 개구리네 가족회의,
밤새도록 끝날 줄을 몰랐대요.
- <개구리네 가족회의> 전문
도시로 이사 온 개구리네 가족이 가족회의를 해요. 어린 개구리들은 학원을 다니기 싫다고 하고, 엄마 아빠는 학원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야기를 나눠요. 어린 개구리는 시골에서는 학원을 안 다녀서 좋았는데, 하며 시골을 그리워합니다.
이 모습을 보면, 우리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학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이나,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기어코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정말 똑같아요.
개구리 가족을 통해 지금 우리 어린이들의 모습과 부모님의 마음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쪽에 입술 대고 / 열 손가락 막았다 떼었다,/ 아리랑 연습하는/ 우리 엄마.//
배운지 한 달 된 / 초보 엄마 대금 소리가 / 픽픽! / 웃고 있다. //
무슨 노래야? / 동생이 묻고,/ 픽픽 아리랑이야. / 내가 대답하고……,//
대금이 픽픽! / 동생과 나도 픽픽! / 서툴러서 즐거운 / 픽픽 아리랑.
-<픽픽 아리랑> 전문
엄마가 지금 대금을 배우고 있어요. 아리랑을 대금으로 연주하지만 아직은 서툴러 대금 소리에서 픽픽 소리가 나기도 해요. 아이들은 픽픽 웃으면, 픽픽 아리랑이라고 합니다. 집 안에는 즐거운 웃음이 퍼집니다.
아마도 엄마는 지금 서툴러도 열심히 연습해서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 줄 거예요. 작가는 엄마 모습을 통해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하는 그런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한 거 같아요.
솔솔 바람이 들어갔다가 / 솔솔 그대로 빠져나온다지.//
그래서 제주도 현무암은 / 무겁지 않다지.//
친구 미워하던 마음도 / 꾸중 듣고 화나던 마음도 //
모두 솔솔 빠진다면 / 얼마나 좋을까? //
나도 제주도 현무암, / 닮고 싶다.//
-<현무암 닮고 싶다> 전문
제주도 현무암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가벼워요. 센 바람이 불어도 바람이 뚫린 구멍으로 솔솔 빠져서 나갑니다. 돌 안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죠. 때때로 우리 마음도 현무암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잘못을 저질렀거나, 해야 할 일을 못 했을 때,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지 않았을 때, 욕심이 많을 때, 마음은 무거워져요. 돌덩이처럼 말이에요. 이런 것들을 마음에서 확 날려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마음을 동시 <현무암을 닮고 싶다>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도 현무암처럼, 숭숭 뚫린 구멍으로 나쁜 마음, 욕심 따위를 다 내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주선 탄 엄마 / 엄마가 미용실에서 / 머리에 우주선을 이고 / 기분이 좋은지 /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우주선을 타고 / 외계인이라도 되고 싶은 것일까? / 걸핏하면 엄마는 /
우주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
혹시 엄마가 / 우주선 타고 하늘로 날아갈까 봐 / 조마조마 //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머리카락은 / 발사 직전 / 가슴 졸이며 / 바라보았다.
- <우주선 탄 엄마> 전문
아이가 미용실에서 파마 기계를 머리에 쓰고 있는 엄마를 보고, 엄마가 우주선을 탄 우주인 아니면 외계인으로 보였나 봐요. 엄마는 때때로 우주에 가고 싶다고 했거든요. 이는 아이가 우주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엄마를 통해서 상상하며 표현했기도 합니다. 상상은 동시 속에 들어있지요
비 오는 날 우르르꽝! 천둥소리와 번개가 번쩍이며 공연한다는 상상, 소가 된다면 숙제를 안 해도 된다는 상상, 나무의 입장이 되어보는 상상, 파리에게 말 걸고 파도와 놀이를 하는 상상을 합니다. 어른들도 때론 어린이들처럼 상상하고 꿈을 꿉니다. 상상 속에서 행복해하는 아이와 어른의 모습을 담아낸 동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