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경험해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조언
“한국은 돈 찍어내는 기계money machine지요. 우리는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분담금을 매년 100억 달러(13조 8천억)을 받아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15일 대선 기간 중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가 11월 4일 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상에서 2026년 분담금으로 최종 합의한 1조 5,192억원의 9배에 달하는 액수다. 2025년 1월 21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 불보듯 뻔한 이유다.
저자 최용선은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으로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참여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지난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통해 트럼프 2.0 시대에서 ‘트럼프를 이기는 협상’의 해법을 다각도로 제시하고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에서만 참여하던 기존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과 달리 국가안보실 인력이 처음 참여한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어떤 점이 달랐을까?
저자는 상호호혜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국익을 보호하고 원칙을 준수하는 협상이 자신만의 밀어붙이기 전략으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트럼프를 상대로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하고, 길고 긴 협상에 참여한 결과 원했던 것을 결국 얻어냈다.
저자는 국익의 확보와 한미동맹의 유지라는 상보성과 상충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어려운 문제에 대응하면서도 두 가지 목표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우선 그는 이명박 정부 시기의 ‘한-UAE 비밀군사협정’, 노무현 정부 시기의 쌀 관세화 유예협정에서 중국 등과 맺은 ‘이면합의’, 박근혜 정부 시기의 제9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특별 협정에서 현금 지원을 늘리는 예외조항 신설 등과 같은 사례에 주목하고, 비밀 협정이나 이면합의를 하는 경우 굴욕적이거나 국익에 손상을 끼치는 경우가 많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공정과 원칙’을 제시한다. 한미 양국이 달성해 나가야 하는 바람직한 동맹의 형태는 상호 호혜적인 공정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우리나라는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굴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견지하고 국내법을 바탕으로 한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 원칙적으로 협상을 임하는 것이 ‘트럼프의 협상’에 대응하는 협상의 기술인 것이다.
“미치광이(Maniac)에겐 원칙(FM)이 답”
이 책은 망원경의 거시적 안목에서 한미관계를 조망하고 있는가하면 당시 치열했던 분담금 협상 과정을 현미경 같은 미시적 시각에서 한땀 한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국제 정세의 흐름, 한미 간의 역학 관계, 국내 정치 행위자들, 특히 행정부의 각기 다른 부처, 그리고 국회와의 조율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트럼프의 블러핑과 몽니, 미측 수석 대표의 강온 양면 전술, 그리고 한국 대표단의 일관성 있는 태도 등에 대한 자세한 기술은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크다. 특히 방위비 분담과 관련된 국내법과 국제법 간의 충돌, 그리고 한미 군사 연습 및 훈련, 전략 자산 전개, 미군 순환 배치, 창 정비와 주한미군 능력향상 비용 요구 등 방위비분담 범위의 확장은 트럼프 2기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대미 협상의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전 문재인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추천사 중-
외교는 국가의 생존의 문제이자,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합니다. 평화로운 겉모습 뒤에는 국인 중심을 위한 치열한 경쟁과 실용적 판단이 교차하는 협상의 과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비전 아래, 국민과 국가를 위한 외교에 도움이 되고 협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합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추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