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민주주의를 함께 쓰고 읽고 말하는 시간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을 이루어 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군사 독재의 비민주적 정치 체제에 저항하고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꿋꿋이 지켜 왔다. 하지만 2024년 12월, 대한민국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이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하루가 생겨났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되기까지 여섯 시간은 그야말로 ‘서울의 밤’이 되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회 현장이 생중계되는 텔레비전 뉴스 중계 화면을 얼어붙은 얼굴로 바라보는데, 저자 옆에 앉아 있던 딸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계엄이 뭐야? 무서워. 전쟁이라도 나는 거야?”
커다란 돌덩어리가 발밑에 떨어진 느낌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바로 이 무섭다는 감정이야말로 ‘그들’이 바라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하고 말하는 건 아이에게 큰 힘이 되어 주질 못했다.
“누가 잘못한 거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데?” 이미 잔뜩 두려운 눈빛의 아이를 보며 저자는 결심이 섰다. 저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님을, 단어를 저렇게 잘못 쓰면 안 되는 것임을 아이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겠구나.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은 이처럼 절실하고 절박한 심정에서 출발한 책이다. 일차원적인 무서움 대신 마땅한 다른 감정을, 뒤에 올 세대가 지니도록 돕고 싶어서. 민주주의를 바르게 말하고 쓰고 싶어서.
너의 민주주의를 지켜 주고 싶어서,
나는 그들의 ‘선량한’ 시민이기를 거부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깡패나 조폭, 학교 일진 같은 비열한 우두머리가 “까라면 까!” 하고 윽박지르며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보는데, 익숙한 그 장면들이 겹쳐져 보였다면 억측일까. 그런 일당들은 자기들의 겁박에 잔뜩 기죽은 사람들을 향해 타이르듯 말한다. “그래, 착하지. 말 잘 들으니 얼마나 좋아.”
2024년 12월 3일 밤의 상황은 눈앞에 일어난 실제 상황이었고, 진짜라고 믿고 싶지 않을 현실이었다. 앞서 말했던 “착하지.”라는 대사는 「포고령」 6항 ‘선량한 국민들’에 등장한 ‘선량함’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굴복하라는 것이다. 착하고 선량하다는 단어는 그렇게 쓰일 수 없다.
저자는 그들의 ‘선량한’ 시민이 되는 것을 기꺼이 거부한다. 무지와 무경계의 태도로 세상의 비상식을 수락하지 않고, 마땅히 반항하는 건강한 시민이 되고자 재차 다짐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을 통해 함께 민주주의를 공부하길 청한다. 두려움과 무서움에 지지 않고,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세상의 가치를 되새기길 바란다.
다시 만난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씩씩하고 멋지게 미래로 향합니다
이 책에는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비추는 데 힘을 주는, 다양한 색채를 띤 민주주의와 인권, 시민 의식에 관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진보라 불리는 이도, 보수라 칭해지는 이도 등장한다. 한국, 유럽, 미국,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각국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각기 다른 이들이다.
민주주의의 말을 선별한 기준은 명료하다. ‘주체성’을 갖고 있을 것. 불의를 ‘부정’할 수 있을 것. 법을 어기고 책임을 저버리거나, 나와 내 집단의 안위만을 살피거나, 비열하고 오만한 사람들에게는 지면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떠한 자격도 주지 않았다.
저자는 어떤 것도 다음 세대에게 더 나쁜 쪽으로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을 책 속에 꾹꾹 눌러 담는다. 항상 “어른들이 문제”이지만 너희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간절한 진심을 전한다. 더 나은 미래는 언제나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 이곳의 모든 청소년이 세상을 긍정하며 꿈꿀 수 있기를.
혼란의 시기를 지나 다시 만날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 쓰고 읽고 말하며, 책을 활용하세요 ★
① 먼 과거부터 가까운 현재까지, 전 세계 역사에서 민주주의 · 정치 · 인권 · 시민의식 · 주체적 삶의 가치를 다루었던 글귀와 명언을 만납니다.
② 각각의 글귀에 나오는 기본 어휘를 알아 간다. 글귀에 등장하는 기본 어휘를 익히고, 어휘 하나 이상을 활용해 문장을 적어 보세요. 예문을 참고하되, 그보다 더 기발하고 좋은 나만의 문장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③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처음엔 쓰면서 읽고, 그다음엔 쓰면서 뜻을 되뇌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쓰면서 나의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이렇게 최소한 세 번 쓰기를 추천합니다.
④ 각 장이 끝나면 ‘생각의 힘 키우기’ 페이지를 통해 정치, 민주주의, 시민의식, 인권, 법에 관한 개념과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초등 5~6학년, 중등 1학년으로 이어지는 사회 교과의 기본 내용을 부담 없이 살펴보세요. 이어지는 간단한 질문에 답하며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같이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나누어 봐요.
⑤ 책의 맨 마지막에는 「대한민국헌법」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법은 그 자체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함께 헌법 제1조 1항부터 낭독하며 읽어 보면 어떨까요. 일상 속에서 틈틈이 펼쳐 보며 생활에 밀접한 유익한 배움을 얻어 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