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끊긴 시간은 꽤 길었다. 나에게 시의 맥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건 모순적이게도 나의 젊음이 돈비(頓憊)한 상황에 고착되어 너무나도 한탄스러울 때였다. 남들이 가진 젊음이라는 걸 갖고 있음을 2017년인 한국 나이 스물두 살에 깨닫고, 마지막으로 시를 언제 썼는지 기억이 돌아오지 못한 채 한 번의 탄식에 하나의 시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침잠하고 또 침잠할 때 나에게 먼저 떠올라 준 건 야무지고 굳센 줄글이 아니라 동강 잘린 시의 한 구절이나 한 단어였다. 때로는 종이 메모지에, 더러는 아이폰의 메모장에, 밤을 지새우다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에, 몇 시간이고 앉아서,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혹은 몇 년에 걸쳐, 연필을 움직이며, 손가락을 놀리며 성인이 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가정사, 나만 했던 사랑, 떠나버리는 우정, 의도와 다르게 변하는 시간, 그로 인한 허탈감과 배신감을 시로 썼다. 그렇게 이 책은 스물 두 살부터 스물아홉까지, 즉 서른 직전까지 쓴 시만 모았다. 이로써 원하는 대로 젊음을 고이 옮겼고, 나에게서 분리시키고서야 내가 잘못 생각했음을 느꼈다: 젊음을 가질 수는 없더라. 젊음은 불에 덴 조약돌과 예민한 말미잘, 뭉툭한 양날검이 따로 없어 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젊음을 기꺼이 소르르 빼앗기며 감히 빈다, 가질 수 없게 되더라도 가질 수 있던 것이 육체와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 활연(豁然)하길. 나는 이제 불을 켜겠다, 젊음이 사라진 깜깜한 세상에서, 젊음이 아닌 것으로. 나의 젊음도 당신의 젊음처럼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었는지, 찬란했는지 확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