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서평
나로부터, 너로부터, 우리로부터-
《공짜 밥》은 안재덕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그의 첫시집 《땅따먹기》에서는 ‘나와 네가 서로 대척해 맞서 탐욕을 채우는 현 시대상’을 드러내는 시(詩)을 묶었다면 《공짜 밥》은 나⸱너⸱우리가 어우러져 엮는 삶의 속내를 담아냈다.
안재덕 시인은 시(詩)로 사람의 속 이야기를 한다. 사람의 서사를 행간 사이사이 여백 속에 숨겨 놓았다. 그러나 숨겨진 서사는 시의 호흡으로 되살아나 연기(緣起)한다.
그의 시, ‘늘/ 당신은 산이고/ 자식들은 숲입니다’(1연〈어머니〉), ‘늘/ 조용히 지켜보시는 당신은// 아직도/ 바다로 살고 흙으로 살고 있습니다’(4~5연〈어머니〉)에서 자식과 부모로 맺은 인연 속에서 빚어낸 모든 것이 세상을 이루고 있음을 행간 사이에 담았다. 항상성과 영원성을 가진 ‘늘’이라는 단어로 자식과 부모 관계가 영속됨을 표현하고 있다. ‘지켜보시는’ 어머니는 자식에게 보호의 여신이 된다. 또 “산‘과 ’숲‘으로 뗄 수 없는 하나로 존재하는 인연임을 나타낸다. 그러다 생물학적 죽음을 맞이해도 ’바다‘로 ‘흙’으로 다른 형태로 변형되더라도 ‘함께’한다고 했다. 인연의 거대한 줄기에 돋은 가지와 잎처럼 아주 평범하고 일반적 인식을 기반한 서사인 것이다.
〈추억은 늙지 않는다〉, 〈둥지〉, 〈진심〉, 〈공짜 밥〉 시는 성장기 정감과 청년기 곤궁함을 채워준 이웃 할머니의 선의를 떠올린다.
〈도장작업〉, 〈젊은 노동자〉, 〈작업복〉, 〈청소부〉, 〈좌판 풍경〉 시는 노동 체험자로 때로는 관찰자로, 거칠게 살아가며 사회 저변을 지키는 사람들을 드러내고 있다.
서평
회상적(回想的) 공간의 삶과 의식의 흐름
인생을 멋지고 기쁨으로 살고 싶어 하는 시인, “객짓밥 먹으려면/거짓말하지 말고/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혀”(「정년 10년 차」 1연)처럼 과거 선조로부터 들어 터득한 지혜를 이제는 자신이 자손들에게 하고 있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제까지 맛보지 못한 자각을 “벚꽃이 한바탕 어지르고/송홧가루가 봄을 끌고 가기에/그려니 했는데”(「정년 10년 차」 3연)처럼 삶의 회상적 공간으로서 혈육에 대한 사랑의 정서情緖를 이야기하고 있다.(중략)
안재덕의 시는 흔들리지 않는 희구(希求)적 삶과 의식 흐름에서 건져 올리는 시 작업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이것을 통해 묘사라는 행동으로 표출하며 시인의 길을 닦고 있다. 그가 사용한 시어는 쉽게 쓰인 듯싶지만,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직관의 언어를 사용함으로 시의 이해에서 독자가 멀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또한 그가 걷는 길은 회상(回想)적 공간에서 길어 올리는 그에 삶 이상의 의미로 승화되기도 하고 때론 가장 완벽한 삶의 동일 선상에서 파악되기도 하는 자신의 정체(正體)를 들어낸 것이라 할 것이다. 화자의 환경으로부터 고달픈 삶의 여정과 자아의 갈등을 견디어 내는 단련된 시인의 자세는 현실의식과 현실에 대한 참여의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할 것이다.
-해설 중에서 / 김경수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