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시인은 그동안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왔습니다. 이 동시집은 세 번째 동시집인 『뻥 뚫어 주고 싶다』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것으로, 그와 같은 조기호 시인의 시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언어적 표현과 명징한 이미지, 따뜻하면서도 긍정적인 눈으로 아이들의 일상을 담아낸 시편이 주를 이룹니다.
별처럼
반짝거리고 싶다고?
그래,
밤하늘이 없다면
별이 뜰 수 없겠지
지금
니 마음이
밤하늘처럼
어둡고 깜깜하다면
이제
곧 별이 뜰 시간이 되었다는 거니까
- 「니 마음이 어둡고 깜깜할 때」 전문
제목에서 보듯이 이 동시는 화자가 마음이 답답하고 암울한 누군가를 위해 위로를 건네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동시집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을 지닌 작품이 여러 편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밤하늘이 없다면/별이 뜰 수 없겠지” “밤하늘처럼/어둡고 깜깜하다면/이제/곧 별이 뜰 시간이 되었다는 거니까” 같은 화자의 태도입니다. 보통의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상대방을 훈계하거나 가르치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조기호 시인이 평소 어린이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 어떤 자세로 동시 창작에 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길을 따라가면
집으로 갈 뿐이다
새처럼
고라니처럼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처럼
바람과 언덕을 따라
그리고
강물을 거스르며
길이 아닌 길을 가보고 싶다
꾸벅꾸벅 조는 일조차도
결코
따분하지 않을
나만의 길을 걸어보고 싶다
- 「가보고 싶은 길」 전문
이번 동시집에는 「샛길」), 「하굣길」), 「구부러진 길」 등 ‘길’에 대한 작품이 여러 편 등장합니다. 이 동시는 그 가운데 하나로 틀에 박힌 관습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고자 하는 화자의 바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새처럼/고라니처럼/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처럼” “길이 아닌 길을 가보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상황이나 설명은 없지만,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마지막 연의 “꾸벅꾸벅 조는 일조차도/결코/따분하지 않을/나만의 길을 걸어보고 싶다”라는 화자의 진술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 시인의 말
시란 ‘사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따스해지고 포근해져서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시,
아쉽고 서러운 생각을 가만가만 다독여주며
살며시 손을 붙잡아주는 시,
혼자 있어도 외롭거나 슬프지 않도록
내 편이 되어주는 시…
나의 시들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 12월
첫눈을 기다리며 조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