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재료 선정에서 낭비 없는 재료 사용과 정직한 맛내기까지.
전래 음식의 원형을 오롯이 담은, 한식 필수 소장본
한국의 전통 음식은 오랜 역사와 다양한 발전을 거쳐왔으며, 특히 양반 가문에서 전해 내려온 ‘반가 음식’은 조선시대 유교적 가치관을 반영한 고유의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반가 음식은 궁중 음식과 더불어 상류층에서 발달했으며, 절제된 맛과 정갈한 상차림, 예를 중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전국 팔도에서 최상급 식재료로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숙련된 솜씨로 이어져온 귀중한 문화유산이자 향토 음식의 정수이며, 궁중 음식과 사찰 음식, 시절식 등과도 상호적 관계를 지닌다. 현대에 들어 단순한 전통 음식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반가 음식의 철학인 ‘건강에 이로운 재료, 발효의 중요성, 자연과의 조화’는 지금의 웰빙 트렌드에도 완벽히 부합한다.
〈한국전래음식〉은 반가 음식이 현대인의 삶에 걸맞게 대중화, 전문화, 상품화를 거쳐, 우리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음식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책으로서, 131품의 음식을 사진과 함께 기록했다. 반가 음식의 특징은 제철 재료의 사용, 저장성이 뛰어난 발효 음식, 영양가 높은 건강식이라는 점이며, 검소하면서도 정교한 조리법에 따라 과하지 않은 양념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만든 음식이다. 책에 실린 대표 반가 음식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어알탕’은 민어나 도미 같은 흰살생선의 살을 다져 양념해 완자를 빚어 넣고 끓인 맑은 국인데, 밥을 먹기 위한 반상(飯床)용 국보다는 교자상이나 주안상에 어울리는 국으로 수리취떡, 제호탕, 준치만두와 함께 먹는 단오 시절식이다. ‘호박문주’에서 문주는 호박 가장자리의 틀을 말한다. 주먹만 한 애호박의 꼭지 쪽을 도려내고 속은 대강 긁어내어 틀을 만든 후 그 속에 채 썬 쇠고기, 표고, 석이 등을 양념하여 넣어 다시 꼭지를 맞추어 통에 찐 뒤 초간장을 곁들어 내는 음식이다. 찔 때 국물을 좀 있게 냄비에 지져 술안주로 쓴다고 〈시의전서〉에 기록되어 있다. ‘배피떡’은 개성 지방의 향토 떡으로 찐 찹쌀을 쳐서 밥알이 씹히는 떡으로 녹두 소가 들어가 ‘배시루떡’이라고도 한다. 황해도에서 주로 먹던 오쟁이떡과 유사하나 오쟁이떡에는 붉은 팥소를 넣는 것이 다르다. ‘곤떡’은 두 종류가 있는데, 책에서는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지치를 끓는 기름에 넣어 색을 추출한 붉은 기름에 지진 충청도 지방의 것을 소개했다. ‘수계탕’은 〈조선요리법〉(1939)에 나온 음식으로, 궁중에서는 ‘궁중닭찜’으로 표기한다. 어린 닭을 삶아 살을 분리해 잘게 뜯고, 전처리한 전복, 버섯, 갖은 채소를 달걀물에 섞어 한 입 크기로 빚은 다음 익혀 닭 육수에 넣어 먹는 음식이다.
대가족에서 다양한 형태의 핵가족으로 가족 구성원이 바뀌는 동안 식생활도 구조적 큰 변화가 생긴 만큼, 반가 음식 또한 현대인의 입맛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변형이 필요하며 더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반가 음식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통 음식을 배우고 전수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수적이며, 특히 젊은 세대가 전통 음식에 관심을 갖고 잘 이해하도록 조리법을 가르치는 강좌나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전통 음식이 앞으로도 세대를 넘어 계승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전래음식〉은 ‘한국의 맛’이 전통성과 현대성을 모두 지닌 음식 문화로 세계적 주목을 받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책이라고 확신하며, 가치 있는 소장본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