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 김제곤, 안도현, 유강희, 이안으로 이루어진 선정 위원은 ‘올해의 좋은 동시 2024’를 선정하기 위해 2023년 1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신작 동시를 검토했다. 1차로 각자 40편의 동시를 추천하고, 시인의 이름과 작품이 복수로 겹친 50편을 선정했다. 그리고 각 선정 위원이 빠뜨리고 싶지 않은 동시를 2편씩 추가하여 총 60편을 선정했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4』에 실린 동시들은 ‘저항의 동심’으로서 읽힌다. 이러한 동시들은 우리 동시 생태계의 변화를 이끄는 두드러진 목소리 중 하나다.
일반적 인식에 저항하는 동시
『올해의 좋은 동시 2024』에서 눈에 띄는 경향 중 하나는 일반적인 인식에 저항하려는 목소리다. 함민복의 「기차 발자국」은 개별적 존재의, 의미의 의미를 묻는 동시에 그것의 해석 여부에 따라 존재가 규정된다는 우리의 익숙한 관성의 거부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안도현의 똥동시 시리즈 중 하나인 「산양 새끼 똥」, 송찬호의 「분홍돌고래」, 이안의 「코점이」, 안학수의 「벌레 먹인 잎에게」, 김용성의 「어쩌다 얼음」 등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경종호의 「칸타만토 시장」과 김봄희의 「오백 원」, 안성은의 「바닷가에 앉아서 우리는」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한 일상을 일깨우는 동시로 읽힌다.
어린이를 발견하는 동시
어린이에 집중해 새로운 어린이의 모습을 발견한 동시들도 있었다. 김개미의 「거인이 쓰러졌다」는 어린이의 잘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 특성을 보여 준다. 송현섭의 「돼지들의 나라」 역시 일반적으로 어린에게 부정되고 금기시되는 불안과 공포를 적극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는다. 질감은 다르지만 어린이의 불안 심리와 무의식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임희진의 「삼각뿔 속의 잠」, 임수현의 「시계」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야기꾼이 등장하는 동시
문신의 「짜장면과 달」은 입심의 바탕을 이루는 의뭉과 익살(넉살), 해학이 독자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할매’와 아이를 등장시켜 위계적이지 않고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조목조목 이치와 사리를 밝혀 이끄는 점이 익숙하면서 새롭다. 구성 방식은 다르지만 장동이의 「급한 양반」, 이만교의 「고양이를 그리지 않고 고양이 그리기」, 정준호의 「절받는 모자」, 이정록의 「광명상회」, 정희지의 「안녕하세요?」 등에서 입심의 동시적 내면화를 엿볼 수 있다.
자연을 돌보는 동시
김용우의 「개미굴」을 읽고 나면 귓속이 뻥 뚫리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시적 주체가 쪼그려 앉은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는(포개어지는) 구도에서 오는 효과이기도 하지만 환경오염에 의한 지구의 생태적 위기감이 자동 반응처럼 뒤따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성은의 「소나기 온다더니 안 오네」, 김태은의 「경고」, 문봄의 「개구리닷컴」 등은 오늘날 지구가 당면한 환경 위협의 큰 틀에서 해석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올해 우리 동시 생태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건 어렵다. 또한 시는 여러 복합적 관계망 속에서 생산되는 예술로서 어느 범주에 딱 가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 해 동안 제출된 적지 않은 작품에서 우리 동시의 내일을 이끄는 다양한 목소리의 제구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 바탕엔 저항의 동심이 작동되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시는 꽉 찬 여백이고 시끄러운 침묵이다.
_‘해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