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와 향응, 성 상납으로 얼룩진 검찰의 민낯
검찰제국이라는 바위에 계란을 던지다
지난 2010년, 20년간 검사의 스폰서를 자처했던 정용재 씨가 향응과 접대를 한 검찰 고위 간부를 포함한 60여 명의 ‘스폰서 검사’ 명단을 폭로하며 ‘검사와 스폰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정의와 진실, 인권, 공정, 청렴을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검사가 뒤로는 촌지와 향응, 성 상납을 관례처럼 받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정용재 씨의 증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부장검사부터 평검사, 시보까지 예외 없이 촌지와 술 접대를 받았음은 물론, 성상납까지 받았다. 특히 촌지를 주는 일은 월례 행사였다. 검사들은 체육대회, 회식, 환영식 송별식 등 때를 불문하고 촌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검사들에게 ‘촌지’를 주는 일은 월례 행사였다. 수표는 절대 안 주고, 현금으로만 줬다. 그것도 반드시 신권으로 바꿔서 줬다. 지청장에게는 1회 100만 원, 검사들에게는 1회 30만 원을 줬다. 한 달에 두 번 줬으니까, 지청장은 한 달에 200만 원, 검사들은 60만 원을 받아간 셈이다. 물론 검사들을 중개한 사무과장에게도 30만 원을 줬고, 공사와 직접 관련돼 있는 시장이나 군수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돈을 줬다. 경찰서장은 2년 근무하는 동안 십수 차례 촌지(1회 30만 원 정도)를 받았다.
- 제2부 1장 「나는 어떻게 검사들의 스폰서가 되었나」 110~111쪽 발췌
검사들은 자신들의 향락을 위해 공권력 동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찰은 진주에서 부산을 오가며 ‘원정 접대’를 다닐 때마다 검사들을 호위했다. 세관을 거치지 않고 고급 고량주를 빼돌리기도 했다. 그 밑에는 ‘스폰’을 받아야 부하직원에게 인정받는 검찰 문화, 그리고 죄의식 없이 일상적으로 접대를 즐기는 윤리의식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보복과 위험을 감수한 정용재 씨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그가 목적한 검찰 문화의 자정과 수사 행태의 변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진상규명위원회와 특검 과정에서 정 씨를 향한 압박 수사는 물론, 주변인들의 계좌까지 추적해 보복 수사를 벌였다. 이처럼 책은 잊힐 뻔했던 검사들의 추악한 면면을 세세히 기록해 고발한다. 폭언과 폭행, 뇌물수수, 성추행과 성매매까지. 끊이지 않는 검찰의 추문은 현재 진행형이고, 검찰의 적을 향한 표적, 보복 수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검찰의 행태를 고발한 정용재 씨의 증언은 현재에도 분명한 시사점을 가진다.
견검에서 떡검, 섹검, 그리고 검찰공화국까지
검찰은 어떻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었나?
검찰이 조직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자신들의 세를 계속 불려왔다. 이에 시민들은 검찰을 향한 풍자와 조롱으로 권력에 대항하고자 했다. 군사정권 아래 권력을 위해 짖어대는 검찰이라는 뜻의 ‘견검’, 법조 비리 사건과 그랜저 검사 등 떡값을 받는 검사를 가리키는 ‘떡검’. 그리고 ‘검사와 스폰서 사건’으로 생겨난, 스폰서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검사들을 비꼬아 부르는 ‘섹검’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섹검’은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마저 무시하는 검찰 조직의 문란함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공분을 샀다.
검사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촌지 수수를 당연하게 생각했을 뿐 아니라 술자리에서 낯이 뜨거울 정도로 난잡하게 놀았다. 룸살롱 안에서 마요네즈나 고추장을 이용하여 아가씨들을 희롱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검사들이 얼마나 짓궂게 놀았던지 아가씨들이 검사 방에는 들어가지를 않으려 했다. 내가 겪어본바 검사들은 타 집단과 비교해 접대 등에 관한 ‘죄의식’이 바닥이었다.
- 제2부 2장 「검사 접대 일지: 대한민국 검사들, 이렇게 놀았다」 144쪽 발췌
수많은 조롱에도 불구하고 스폰서 검사들은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검사와 스폰서 사건’에 언급된 임무영 전 검사는 최근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로 임명되었다. 또한 내각을 포함한 각종 주요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가 진출해 있다. 정권의 중추인 대통령실에는 윤석열 사단 검사 출신이 약진했고, 금융감독원에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검사 출신 인사가 원장으로 임명됐다.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정치적 중립지대는 물론 공공기관의 장도 검사 출신이 꿰찼다. ‘검사와 스폰서 사건’ 이후, 검찰은 통제력과 자정 작용마저 상실한 채 계속해서 독주했다. 권력이 검찰의 스폰서가 되며 탄생한 ‘검찰정권’의 눈은 이제 ‘반국가세력’이라는 허명을 뒤집어쓴 채 국민을 향하고 있다.
책은 단순한 법적 실무자 집단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해 권력의 요체에 다가선 검찰의 역사를 조명한다. 빛바랜 공정성과 함께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검찰은 검찰 출신 인사의 정부 대거 약진 이후 지금의 괴물 같은 집단이 되었다. 현 정권이 임명한 검찰 출신 인사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거론하면서, 우리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견제 없는 권력은 언젠가 국민에게 칼을 겨누고, 실제로 우리는 턱 끝까지 다가온 칼날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스폰서 검사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검찰 개혁이라는 도돌이표에 마침표를 찍을 때
‘검사와 스폰서 사건’이 「PD수첩」에 방영된 얼마 후인 2010년 5월,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강연에서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또 어디서 찾겠느냐”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검찰의 다짐은 검사들의 연이은 사건 사고로 유명무실해졌고, 검사 출신 인사의 발탁으로 공정과 청렴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부정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검사와 스폰서』는 우리 곁에 여전히 존재하는 검찰의 어두운 측면을 꼬집는다. 스폰서 검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권력의 자장 안에서 ‘무사히’ ‘잘’ 살아있으면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검찰 개혁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에 대한 많은 개혁 작업이 있었는데 검찰이 바뀌었나? 안 바뀌었다. 그런 문화 속에서 자기가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고, 자기 죄는 없는 죄로 만들고, 동료의 죄도 없는 죄로 만들고, 다른 사람의 없는 죄는 있는 죄로 만들고. 이런 행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그것이 큰 문제라는 인식이 전혀 없이 검찰 문화에 푹 젖어 있는 인물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 정치적 경험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대통령이 된 거다. 그 사실 자체가 그때보다 더 큰 절망과 비극이다.
- 제1부 3장 특별 인터뷰, 「‘검사와 스폰서’ 보도 이끈 최승호 전 MBC 사장」 99쪽 발췌
이 책은 지금도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검찰 집단에 보내는 주의이자, 그들을 감시하고 지켜봐야 할 독자들을 위한 기록이다. 물욕과 색욕에 눈이 먼 스폰서 검사들의 행동과 ‘검사와 스폰서 사건’ 폭로 이후 검찰이 제보자 정용재 씨에게 가한 집요한 보복 수사는 과연 검찰이 가장 ‘깨끗한 집단’인지 고민하게 한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권력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지금, 어설픈 관용과 용서가 아닌 국가와 권력의 유착을 뿌리 뽑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검찰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이유를 찾는다면 이 책이 그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