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문학의 유용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변명하듯이 알려줘야 하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굳이 지면을 통해 이번 시집의 유용성에 대해 감히 말해본다. 살기 팍팍한 시대이다 보니 대중들은 이전보다 더 평면적인 감성, 일차적으로 해석 가능한 정보를 원한다. 안타까운 건 현실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나는 그럴 때 필요한 게 시인이라 생각한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듣지 못하는 걸 듣고, 감히 상상해본 적 없는 단어의 조합으로 현실을 재구성 하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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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우린 지금 이 순간 그의 시와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은 이제 낭만만 남았고, 낭만과도 작별하려 한다지만, 우린 그가 남긴 시로 인해 보다 더 담담한 시선으로 우리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잔인한 나는, 앞으로도 그가 우리 대신 더 아파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