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회주로 자비로운 가르침을 펼쳤던 큰 스승,
수행적 해법과 불교적 해법을 제시한 종상 스님 유고집
원융화합하고 매사 공심公心으로 살아가라
대궁당大弓堂 종상宗常 대종사가 불기 2568년(2024) 11월 8일(음 10월 8일) 법랍 60년, 세납 76세를 일기로 원적에 들었다. 대종사는 불국사 회주로 사부대중들에게 자비로운 가르침을 항시 펼치던 큰 스승이었다.
《구멍 없는 피리를 빗겨 불고》는 대종사의 49재를 맞아 스님의 가르침과 법문을 결집한 책이다. 종상 큰스님이 사보, 잡지,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불자들에게 전했던 법문들을 모아 펴냈다. 대중들이 일상에서 겪는 여러 사건들을 통해 쉽고 간명하게 불법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대종사는 열반송에서도 삶을 대하는 자비로운 가르침을 남겼다.
임종게
미움도 싫어함도 깨끗이 씻어버리니
헐뜯고 칭찬함이 어디에 붙겠는가
초연히 생사를 해탈하니
금까마귀 하늘 뚫고 날아가네
嫌猜蕩滌 혐시탕척
毁譽何留 훼예하류
超然脫生死 초연탈생사
金烏徹天飛 금오철천비
원력보살의 삶
종상 대종사는 조실 월산月山 대종사님을 부처님 같은 위의로서 받들고 시봉하면서 가르침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오늘날의 불국사가 있기까지 여러 방면으로 헌신했다. 토함산 석굴암 부처님을 본존불로 한 불국사와 수말사는 물론이요, 의왕 청계사와 분당의 석가사,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를 비롯한 종법 기구 등 종상 대종사의 정신과 가르침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행하는 삶을 그대로 보여준 스승이었다.
종상 대종사의 공기空氣와도 같은 행원은 후대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스님이 남긴 이 법문이 자비롭고 행복한 세상의 등불이 되기를 발원한다.
〈스스로 닦고 스스로 행하며 스스로 불도를 이루어라!〉
종상 스님께서 제자는 물론 불자들에게 항상 하시던 가르침이다. 열반에 들기 전에도 스님은 이 같은 말씀을 하셨다. 당신은 항상 소리 없이 등불이 되어 실천하신 보살이었다. 상좌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 유언 또한 “원융화합하고 매사 공심公心으로 살아가라”는 가르침이었다. 제자들은 은사스님의 가르침과 일상을 마음으로 되새기다 보면 ‘공감共感’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한다. 큰스님을 따르게 하는 공감의 힘은 부처님께서 설한 자비희사慈悲喜捨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불교적 대안과 수행적 해법을 제시
이 책 《구멍 없는 피리를 빗겨 불고》는 종상 스님의 칼럼으로 당시의 시사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거나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하는 것은 수행적 해법과 불교적 대안을 담고 있어 지금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국사 대궁문도회의 성행 스님은 이것이 이 책을 엮은 목적이라고 한다.
지나간 시사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지금도 겪고 있는 성 평등, 자녀 문제, 고령화와 노인 문제, 지구온난화,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 불평등, 정치 문제 등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불교적 대안과 수행자의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종상 스님이 살아온 행적을 담은 사진과 영결식 및 유품 사진을 함께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