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낙환 시인의 『백사천은 흘러간다』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농경사회의 마지막 역사를 지키는 농부의 철학이 심오하게 담긴 서정시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백사천은 흘러간다』는 충북 지역에서 사용하는 지역어가 풍부하게 표현되어 있어 흥미롭다. 시 내용은 주로 지역의 놀이, 생활, 풍토,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 등이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토속어들은 표준어에 의해 사라져가는 옛말을 볼 수 있어서 언어학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높다.
『백사천은 흘러간다』에 실린 시들은 대단히 서정적이면서도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시인의 시 정신은 쉽고 재미있는 시를 쓰는 것에 있다. 시인은 『백사천은 흘러간다』에서 특히 해학적인 표현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농촌의 일상적인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는 농민들이 겪는 힘든 노동 속에서도 소소한 기쁨을 읽을 수 있다. 전통적인 해학문학이 기능은 인간 존재의 고달픔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데에 있다. 정낙환 시인의 『백사천은 흘러간다』도 힘든 일삳 속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백사천은 흘러간다』는 존재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강조하고, 풍부한 상상과 심도 있는 투시력을 통해 깊은 경지의 시 세계를 보여준다. 정낙환 시인의 『백사천은 흘러간다』는 자연의 생명력, 생명과 죽음, 그리고 자연의 순환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 및 인간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인간 존재의 고독과 덧없음을 묘사한다. 시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압축미와 상징, 은유적 표현을 잘 버무려 시인 자신의 내면적인 깨달음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시적 완성도가 높은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