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탐정 셜록 홈즈부터
발표작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한 권으로 만나는 세계 추리소설 명작 50선!
국내에서 주목받는 추리소설 작가 5명이 직접 소개하는 추리소설 안내서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이 출간되었다. 1841년 발표되어 세계 최초의 추리소설이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부터 시대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탐정소설《셜록 홈즈의 모험》,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최고 걸작 《813》, 세계적 석학이 남긴 역사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 아카데미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양들의 침묵》, 걸작 미스터리의 기준을 확장한 화제작 《용의자 X의 헌신》등 기념비적 소설들과 최근 작품까지 모두 담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 추리소설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돕는 세심한 안내서다.
사실 200년 가까운 세계 추리소설의 역사 속에서 필독서 50권을 고르는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취향과 작품 세계를 가진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 5명의 추리소설 작가들이 치열한 토론을 거치며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소개할 작품을 추렸다.
선정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세월이 흘러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을 제대로 읽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작품, 더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택했다. 다음으로 추리소설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을 선정했다. 명탐정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셜록 홈즈를 비롯하여 탐정 캐릭터나 사건 해결 방식이 개성 있는 작품, 독특한 시도를 하여 이후의 추리소설에 영향을 끼친 작품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국내 독자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을 우선했다. 저자는 이런 기준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더 넓은 추리소설의 세계를 탐험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이면을 꿰뚫는 시선,
흡입력 있는 서사의 정수 추리소설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 형사 콜롬보, 레베카, 한니발. 평소 추리소설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익숙할 이름들이다. 듣는 순간 특유의 분위기와 스토리가 머릿속에 절로 그려지는 이 독보적인 이름들의 공통점은 모두 추리소설 속 캐릭터라는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추리소설 걸작들이 TV 드라마와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하여 우리의 일상에 활력을 선사하고 있으며, 특히 영화계의 여러 거장들은 추리소설에서 영감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레베카〉와 〈새〉는 모두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또한 박찬욱은 스릴러의 대가 존 르 카레의 팬임을 자주 언급하며 그의 소설 《리틀 드러머 걸》을 BBC 드라마로 만들었다.
끊임없이 영화와 드라마로 변주되는 《셜록 홈즈》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방대한 배경지식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흥행을 이룬《장미의 이름》, 인기와 논란을 함께 몰고 왔던《다빈치 코드》, 아카데미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걸작《양들의 침묵》, 세계를 강타한 북유럽 스릴러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등은 모두 추리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추리소설의 매력은 불가사의해 보이는 수수께끼를 풀이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며, 마침내 사건이 논리적으로 해결될 때의 지적 쾌감에서 비롯된다. 또한 추리소설은 그 시절의 생활상과 시대상을 반영하고, 인간의 본성이나 욕망을 고스란히 표현해내는 소설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개성 있는 캐릭터, 부조리한 사회 구조에 대한 통찰과 비판 의식, 그리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탄탄하고 흡입력 있는 서사 구조가 한 편 한 편에 어우러져 있다.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은 이러한 추리소설의 정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명작들을 고루 담았으며, 프로 작가들의 깊이 있는 해설과 묘사로 독자들이 추리소설의 매력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한다.
넓고 깊은 추리소설의 세계,
그 탐험을 돕는 가장 믿음직한 안내서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은 추리소설을 발표 시기순으로 소개하며 각 작품의 의미와 위치를 되새김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더불어 책 서두에 동서양 추리소설 계보를 수록해 추리소설의 흐름을 한눈에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추리소설의 기본 구조가 어떻게 생겨나고 변주되며 세분화되어 다양하게 뻗어나가는지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추리소설이 궁금하지만 어떤 책을 고르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는 초보 독자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친절하게 담고 있다. 소설의 내용과 주요 캐릭터를 소개하되 흥미를 잃지 않도록 결말과 주요 트릭은 언급하지 않는다. 흡사 영화 예고편처럼 빠져들게 하면서도 본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으며,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분석은 창작자로서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작품을 이미 읽어서 잘 알고 있는 독자들도 놓쳤던 부분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책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가의 삶, 그리고 시대 배경에 대해 세심하게 안내하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취향과 성격에 맞는 좋은 추리소설을 만났다면, 흥미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다른 소설들도 알아볼 수 있다. 50권의 작품 소개 끝에는,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들을 꼼꼼하게 골라서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소개하지만, 결이 맞는 다른 작가의 작품도 여럿 담아 만족스러운 독서를 이어갈 수 있다. 고전부터 명탐정 시리즈, 하드보일드, 스릴러, 스파이물,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담아,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 독서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다.
각 시대와 사회의 복잡다단한 이면, 다양한 인간 심리를 포착하고 섬세하게 풀어내는 독서의 재미를 원하는 독자라면 이 한 권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이 확실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추리소설의 가장 큰 재미는 불가사의해 보이는 수수께끼를 풀이하는 것이다.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과정은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며, 독자들 스스로 범인의 시각이 되어 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도 하는 과정에서 고유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사건이 논리적으로 해결될 때의 쾌감은 우리가 추리소설을 찾는 큰 이유가 되곤 한다.
추리소설의 또 한 가지 재미는, 범죄와 그 풀이 방식을 통해 당대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추리소설은 그 시절의 생활상과 시대상을 반영하고, 인간의 본성이나 욕망을 고스란히 표현해 내는 소설이다.
-5~6쪽, 프롤로그
과거의 창작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낡고 뒤처진 이야기가 된다. 어쩔 수 없는 이런 현상 때문에 과거의 명작이 현재까지 온전히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추리소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전 중에는 시대적 가치는 있지만 지금까지도 재미있을지 의문이 드는 작품이 더러 존재한다. 하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는 이 문제를 강렬한 캐릭터로 극복했다. 캐릭터 관계를 다양한 배경에 쉽게 이식할 수 있다는 점이 뜻밖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셜록 홈즈는 추리 장르만이 아니라 공포물, 심지어 SF로도 2차 창작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 41쪽, 《셜록 홈즈의 모험》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또 다른 맛은 격언이다. 작품 가운데 무심히 던져지는 여러 격언은 장르의 핵심을 통찰하는 깊이를 품고 있다. 〈푸른 십자가〉에서 발랑탱이 말한 “범죄자가 창조적인 예술가라면, 탐정은 비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나, 〈부러진 검의 의미〉에 나오는 “현명한 사람은 나뭇잎을 숲속에 숨긴다. 만일 숲이 없다면, 그는 숲을 만들려 할 것이다”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음미해 볼 가치가 충분한 문장이다.
-61~62쪽, 《브라운 신부의 순진》
세이어즈는 트릭이나 범인의 정체를 숨기는 방법보다는 수수께끼의 구조를 만드는 데 더 몰입했다. 퍼즐 미스터리의 형식을 저 위에서 냉철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들어가서 활용하는 느낌이랄까. 이러한 태도는 ‘탐정이 범인의 입장이 되어야 범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G. K. 체스터턴과도 닮았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대중성으로 사랑받은 작가였다면 도로시 세이어즈는 빛나는 지성으로 인정받은 작가였다.
- 104쪽, 《의혹》
크리스티의 작품은 현대 미스터리에 중요한 원형이 되었고, 후대에 다시 인용되거나 비틀리거나 재창조된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제시한 기법 중 아직도 미스터리와 스릴러에서 쓰이는 기법이 많다. 또한 어떤 기법은 변형되거나 부정당한다. 추리 장르는 그렇게 탄탄한 형식을 확립하고 동시에 무너트리며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아서 코난 도일이 추리소설의 캐릭터를 완성했다면, 크리스티는 추리소설의 구성을 완성했다. 현대의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들은 결국 이들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그렇기에 나는 크리스티를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크리스티는 감히 ‘추리소설의 황제’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146~148쪽,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범죄 스릴러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이 작품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행운아가 아닐까. 원작에 이어 영화까지 보고 나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결국 마니아가 될 것이다
-263쪽, 《양들의 침묵》
《용의자 X의 헌신》은 순수한 사랑을 주인공의 동기로 삼았다. 개인주의와 분리가 외로움을 준다면 마음에서 우러난 작은 관심은 온기를 더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겪는 많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316쪽, 《용의자 X의 헌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