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길고양이의 걸음을 따라 가면,
길 위의 우리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큰형 꽃게 열심히 헤엄쳐 가니
중국 광둥 해안이었대
둘째 형은 기어가니
일본 가시마 해안이었대
나도 헤엄쳐 갔는데
진도 앞바다였지
헤어진 우리 형제
대한한국 그린 마트에서 다시 만났어
-「꽃게 이산가족」 부분
김이삭 시인이 일상을 포착하는 시선은 어린이의 시선과 그 위치가 같다. 거리를 누비는 고양이, 마트에서 만난 고등어, 멸치, 꽃게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풍경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그 너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하는 김이삭 시인의 동시들은 독자에게 생명과 사물의 경계 없이 세상 모든 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알려 준다.
백로날 말이야.
갈대랑 억새가
하얀 손가락 걸고 약속했대.
억새는
산마루 하늘 쓸고
갈대는
펄밭 하늘 쓸기로
가을 하늘이 맑은 이유는
갈대랑 억새가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이래.
-「갈대랑 억새랑」 전문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에는 시인이 "자주 거니는 들판, 골목, 길, 바닷가에서 만나는 길고양이와 사람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시간이 녹아 있다. 그 속에는 솔직담백하고 따스함이 가득한 길 위의 우리들의 이야기가 스며 있기도 하다.
귀를 기울이면, 헤어진 꽃게 형제의 이야기가 들리고, "갈대랑 억새가 / 하얀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소리가 들린다.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가 또각또각 지나가는 소리도 들린다. 세상을 비추는 따뜻한 시선과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가득한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를 따라, 일상 속의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산책을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