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 공론장의 근간을 바로 세우다
지금 한국 공론장은 혼돈에 빠져 있다. 가짜뉴스, 유언비어, 비방, 선동 등으로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기대되었던 인터넷과 온라인 소통 수단은 알고리즘을 통한 유유상종과 양극화, 확증 편향 강화의 통로가 되고 있다. 나라와 언어가 다른 것이 아닌데도 소통이 어렵다. 공론장의 근간인 말이 이해와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오해와 갈등의 씨앗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림대 도헌학술원에서는 공론장의 핵심 키워드에 대한 이해의 기반을 넓히고 합리적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키워드 한국 공론장’ 강연을 기획했다. 한국 공론장을 떠받치는 기본 개념을 적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전문가를 초빙하여 그 본래 의미와 역사적 변화, 한국 사회에서의 활용 방식 등을 따졌다. 내실 있는 의사소통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정의와 공정 2》은 바로 이 강연의 후반 다섯 회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정의와 공정 1》이 최근 한국 사회 담론의 주요 주제를 다루었다면, 《정의와 공정 2》에서는 ‘정의와 공정’에 이르기 위해 기본적으로 숙지할 필요가 있는 5가지 개념을 논한다. 자유주의, 복지국가, 사회적 협치, 공론장, 인권이 바로 그것이다.
5인의 전문가가 풀어 쓰는 공론장의 기본 개념
《정의와 공정 2》를 집필한 5인의 저자는 모두 현재 한국 사회 공론장을 이끄는 지식인들로, 각자 전공 분야의 내공을 살려서 공론장에서 오남용되어 의미가 불분명해진 개념을 하나씩 상세히 풀이하였다.
김비환 성균관대 교수는 사회구성주의적 관점에서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 근대 서구의 자유 개념을 비교 분석한 뒤 현대까지 이르는, 자유와 자유주의 개념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복지 개념의 태동과 발전을 요약한 뒤 한국에서 혼용되어 쓰이는 ‘선별복지’와 복지의 ‘보편주의’ 등 복지의 개념을 구분해 밝히며, 기본소득의 효과를 재고한다. 박준식 한림대 교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 겪은 협치 경험을 풀어내 사람들이 최저임금결정의 프로세스를 공익위원의 관점으로 조망해 볼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느슨하게 사용되는 공론장 개념 사용의 현황을 비판하고, 실제 사회에서 경험하는 공론장을 나누어 인지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이 필요함을 지적한 뒤 직접 재구성한 공론장 개념을 제시하였다. 송지우 서울대 교수는 인권 개념의 현재 위상과 역사를 간추리고 인권의 개념, 내용을 해설한 뒤 보편성과 실효성 등 현재 인권을 두고 이뤄지는 논의를 다양하게 다루고 현재 인권이 당면한 과제까지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