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과 한국어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말, 우리글의 아름다움은 K-서예의 창의성 미학을 통해 더욱 빛난다.
평소 무심히 흘려들었던 노랫말 구절 하나하나, 그 오묘한 뜻이 한글서예의 무궁(無窮)한 획(劃)들의 풍경(風景) 안에서 재탄생하다.
서예가 감상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서체(書體)의 형태미(形態美)와 아울러 글감의 의미(意味)에 대한 공감(共感)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 작가나 일반 감상자 모두에게 두루 친숙한 우리 노랫말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근래의 한글세대에게 한문서예의 서제(書題)로 사용된 한시(漢詩)나 고전 한문은 독해(讀解) 자체에 제약이 있고, 심지어 한글서예에서조차 생소한 글감이 사용되는 경우 감상자의 공감 정도는 어느 정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어 왔던 노랫말이야말로, 한글서예에 대한 공감의 강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알맞은 소재다.
전문 서예가이거나 애호가이거나를 막론하고,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학교 음악 시간을 통해 또는 방송과 음반을 통해 일상에서 접하고 따라불러왔거나, 삶의 애환을 달래주고 영혼을 울리는 깊은 음률과 가사로 그의 삶 깊은 자리에 파고들어와 있던 노래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 명인 95인이 바로 자신의 삶 속에서 깊이 공감했던 노래를 스스로 선정해서 작품화한 것을 모았다. 본서에 소개된 작품들은 (재)강암서예학술재단(剛菴書藝學術財團)이 전주시의 후원으로 개최한 ‘2024 한글서예 변주전: 붓으로 쓴 우리말 노래’ 서울 전시회[2024년 10월30(수) -11월5일(화), 인사동 한국미술관]와 전주 전시회[2024년 11월8일(금)- 11월14일(목),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예술회관]에서 전시된 바 있다.
작품과 더불어, 각 노래의 작사자와 작곡자, 그리고 가수의 스토리 등을 요약해서 노래마다 소개하고 서예가마다 해당 노래와 작품에 대한 창작 소감문을 수록함으로써, 한 노래의 탄생 배경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일반 전시회나 작품집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서예가 본인의 감상과 내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은 전문 서예인과 캘리그래피 작가는 물론이고 서예 애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도, 그 동안 서로 떨어져 있었던 두 예술 세계, 즉 노래와 서예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만나서 새로운 흥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