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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관점이 옮겨지면서 개인의 성취와 정체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변화
〈르네상스의 역사와 초상화〉라는 김인철 교수의 책을 추천하기 전에 두 가지 단어를 이해해야 했는데 하나가 초상화이고 또 하나가 르네상스였다. 화가가 자신을 그리면 자화상이고 다른 사람을 그려주면 초상화일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지식만을 가진 나에게 초상화가 가진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배워야 했다. 르네상스 시기에 원근법, 명암법, 유화 기법 등 회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정교하고 사실적인 초상화가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단순하게 인물의 외형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 인물의 성격과 내면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관점이 옮겨지면서 개인의 성취와 정체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변화로 이어졌고, 초상화는 이러한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고 본다.
이 책에서 얻은 귀한 수확은 종교개혁과 교황들 그리고 그 교황을 배출하게 된 메디치 가문(The House of Medici)에 대한 배경이다. 메디치가는 막강한 힘을 가졌던 두 명의 교황 레오 10세와 클레멘트 7세를 배출하는데 두 사람 중에서 레오 10세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고 로마 대성당의 건축을 강행하면서 그 과정에 재정의 파탄을 맞았지만 힘들게 건축했던 성당과 예술가들의 유물이 세계 각처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위대한 자산이 된다.
이 책은 내게 배움이 되었고 깨달음이 되어 주었고 미술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그림과 관련된 시대적 배경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 줄 수 있을 것 같다. - 최정권 | 설교자이며 목회자로 현재 한국성서대학교 총장이다. 설교학과 목회학을 전공하며 미국에서 이민 교회를 섬긴 후 CBS TV에서 ‘성서 학당’을 강의했으며, 극동방송 ‘성서의 시간’에 이어 ‘1분 칼럼’을 진행 중이다.
미술평론가와 함께 읽는 유럽의 예술과 역사
“이건 단순히 그림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이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보고 나폴레옹이 했던 표현으로 묘한 울림을 준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영화를 찾아본다. 더 큰 울림이 온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접한 영화 ‘삼총사’를 비롯하여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나의 전처 공작부인’ 등 문학 작품도 다시 읽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경우, 영문학을 전공한 나는 원서로 읽고 영화로 보고 연극 상연을 기록한 필름으로도 보았다.
‘곤차가의 살인(The Murder of Gonzago)’을 소재로 한 ‘쥐덫(The Mousetrap)’이 작품의 3막 2장에 나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브라우닝의 ‘나의 전처 공작부인(My Last Duchess)’은 학생들에게 영시를 가르칠 때, 극적 독백(dramatic monologue)의 훌륭한 예로 강조했었다. 그런데 ‘햄릿’의 ‘곤차가의 살인’이 카밀라 곤차가의 초상화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명문가의 비극에서 비롯된 극중극이었다니. 또 ‘나의 전처 공작부인’에 나오는 공작은 페라라 5대 공작 알폰소 2세 데스테였고, 공작부인은 루크레치아 데 메디치였다니.
책에서 공작의 가문은 900년 된 전통 귀족 데스테 가문이었고 부인은 부유한 신흥 귀족이었으며 공작이 어린 부인을 유기하다시피 멀리한 결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시인 브라우닝은 작품 속에서 남편이 부인을 독살했다는 암시를 풍기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역사에서는 루크레치아가 16세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어 이 또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이런 내용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보다 풍요롭고 흥미로운 수업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관련 초상화들을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서 빔프로젝터로 보여주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제목에는 ‘르네상스’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14세기~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르네상스 즉, 문예부흥은 인간성 해방을 위한 ‘인문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 책 속에서 인문주의, 인문주의자라는 용어를 자주 쓰고 있는 저자는 이 시기 프랑스의 대표적 인문주의자로 프랑수아 1세를 꼽고 있다. 그는 당시 유명 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안드레아 델 사르토를 불러들였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설득하여 프랑스로 초빙해 불후의 명작 ‘모나리자’를 그리게 했다. 그 결과 다빈치는 프랑스에 머물다 죽음을 맞이했으며 ‘모나리자’는 루브르 미술관에 남게 되었다.
이렇듯 책의 곳곳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역사를 인문주의로 규정하고 초상화에 얽힌 일화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힐 듯이 밝혀가는 저자 또한 현대의 인문주의자가 분명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여러 가문의 명칭이나 초상화로 그려진 인물들의 비교적 긴 이름들은 조금 낯설다. 하지만 내용은 흥미롭게 술술 읽히며, 읽고 난 후 예술과 역사를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진 느낌이 물씬 드는 역작이 틀림없다. - 홍은택 | 시인, 대진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및 한국 영미문학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계간 ‘시안’ 시 부문의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 〈통점에서 꽃이 핀다〉, 〈노래하는 사막〉 등을 펴냈고, 공역 시선 〈영어로 읽는 한국의 좋은 시〉와 시론집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의 시 세계〉를 출간했다.
꿈을 크게 가진 만큼 아름다운 역사책을 읽었으면
30여 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관련 책을 찾아 읽었는데 그랬던 시작이 늦어지면서 아쉬움을 크게 간직한 채 정년 퇴임하고 말았다. 하지만 계속 역사책들을 읽으면서 지내고 있고 가능하면 나의 아이들, 주변 지인들의 아이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육자는 현장에서 물러났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어찌 보면, 그림책이랄 수 있어서 일단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쉬운 내용은 아니다. 국사 교육도 그리 심도 있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세계사, 그것도 르네상스 시대를 알게 되는 일은 어쩌면 사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정말 좋은 시간과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학생들, 앞날을 위하여 큰 꿈을 지닌 젊은이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여긴다.
유럽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의 역사와 더불어 미술을 중심으로 크게 꽃피운 르네상스 시대를 정말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그만큼 감동이 적지 않을 것이다. 꿈을 크게 가진 만큼 아름다운 역사책을 읽었으면 한다. - 박정용 | 풍성중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했으며 영신고등학교, 영등포여고, 풍납중학교, 구룡중학교, 아주중학교 등에서 근무했다.
르네상스 미술의 탐구는 르네상스의 정수(精髓)를 이해하는 첩경
인류 문명의 역사를 탐구하다 보면, 인류 문화의 시작과 발달은 미술의 그것과 그 궤를 함께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인류 문명의 발전은 미술 문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술을 통해 시대의 정치 사회적 의미와 역사적 상황, 예술의 흐름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에 대한 탐구를 통해 르네상스라는 시대가 주는 정치 사회적 의미와 함께 미술사에 있어 획기적 혁신과 가치를 가져다준 작품을 평가하고 있다.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 부활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르네상스는 14세기에서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 혁신 운동이었다.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학, 사상, 예술을 본받아 인간 중심의 새로운 유럽 문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유럽과 서구 문명의 토대를 창출하는 데 있어 절대적 역할을 하였다.
고전주의의 부활, 인본주의, 자연의 재발견, 개인의 창조성 등이 르네상스 운동의 목표이자 결과였는데, 이 같은 르네상스 운동의 정신과 예술적 특성 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분야가 미술이었다. 당시 미술은 과학의 차원으로 인식되기까지 하였으며, 자연을 탐구하는 수단인 동시에 발견의 기록으로, 가시적인 세계에 대한 관찰에 바탕을 두고 원근법 등의 수학적 원칙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르네상스의 미술을 탐구한다는 것은 르네상스의 정수(精髓)를 이해하는 첩경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 탄생한 초상화에 평가의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상화는 미술작품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정치 사회적 흐름과 의미 등을 함축하고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김인철 교수의 역작 〈르네상스의 역사와 초상화〉는 르네상스의 한 시대를 망라하는, 말 그대로 르네상스의 미술사로서의 의미를 넘어 르네상스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 박재범 | 중국 북경사범대학 연구학자 및 한중대학교(구 동해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외국어학부 교수였다. 〈중국현대소설의 전개〉, 〈중국현대소설사〉 등을 썼고 〈묵자〉, 〈중국당대문학사〉 등 번역서를 냈다.
르네상스 여성들의 활약상을 따로 묶어 언급하여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여성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지난 여름 약 40일간의 이탈리아 여행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이 있다면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마주한 ‘우르비노 공작 부부의 초상화’일 것이다. 마주 보는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을 각각 그린 두 폭짜리 초상화에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현숙하고 지혜로운 아내의 이야기, 용병 대장으로 한쪽 눈을 잃어가며 도시국가 우르비노를 이끈 참된 지도자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이 책의 ‘우르비노의 귀족들’ 편에 소개되어 있다).
이렇게 하나의 초상화를 탐색하다 보면 한 인간의 인생 이야기뿐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도 알게 된다. 우르비노는 르네상스를 시작한 매우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
근대라는 역사를 시작하는 르네상스의 초상화들을 묶어 쓰신 김인철 교수의 이 책은 초상화라는 점들을 이어 가다 보면 어느새 인물과 인물이 선을 만들고 르네상스라는 커다란 역사를 그려볼 수 있도록 짜여있다.
책의 첫 부분에서 다모증이 있는 사람, 추악한 공작부인, 집시 소녀 등 종교와 신 중심 시대인 중세 초상화에서는 볼 수 없는 현실 속 인간의 모습을 소개한 것은 아름답지 않고 신성하지 않은 인간에게까지 눈을 돌린 인간중심주의의 부활, 르네상스를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여인들 초상화들을 통해 르네상스 여성들의 활약상을 알 수 있게 따로 묶어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여성을 다시 살펴보게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초상화란 한 인간의 유일무이성인 개성을 그림으로써 이 순간 살아있는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을 건다. 죽은 역사가 아닌 그림 속에서 눈빛과 표정과 자세로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을 통해 들려오는 르네상스의 생생한 역사를 되짚으며 재미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교훈 또한 얻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 박윤희 | 영어 전문번역가, 여명학교 교사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