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저팬 베스트셀러
마이니치 신문, 올해의 책
요미우리 신문, 추천도서
산케이 신문, 추천도서
일본 하면 ‘사무라이’를 떠올리고 일본을 ‘무사의 나라’로 여기는 인식을 단순히 외국인이 갖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사실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무력이 뛰어나며, 무사의 존재가 특히 두드러진다고 일본 사람들 스스로 인지하는 경향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야구 일본대표팀의 이름이 사무라이 저팬(Samurai Japan)인 것은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무(武)의 나라, 무사의 나라라는 일본의 이미지는 어쩌면 일본인과 외국인이 공유하고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확산되고 양산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일본이 처음부터 무의 나라, 무사의 나라였다고 보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무라이’라는 말도 원래는 귀인을 곁에서 모시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고, 나중에는 지배층으로서의 무사를 대상으로 이 말이 사용되면서 무사와 동의어로 간주되기에 이른 것이다. 또 무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나 무사도 정신 역시 후대에 형성된 요소였고, 무사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변천을 거듭한 존재였다. 이처럼 무사도 정신에 입각하여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무사의 이미지가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다카하시 마사아키의 『무사의 일본사』가 일본사 연구자의 입장에서 역사 서술을 통해 무사의 나라라는 허상을 벗기고 무사의 실상을 드러내려 한 책이었다면, 공교롭게도 같은 해인 2018년 10월에 출간된 사에키 신이치의 『‘무의 나라’ 일본 ―자국의식과 그 함정(「武國」 日本―自國意 識とその罠)』은 일본 중세문학을 전공한 문학 연구자의 시각으로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 일본을 강한 나라, 무력이 센 나라로 보는 생각이 언제 어떻게 자리잡게 되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사에키 신이치는 『헤이케 모노가타리』를 비롯한 군기(軍記) 문학작품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았고, 그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무사들과 그들이 벌이는 전투의 묘사와 서술이야말로 연구의 핵심 소재였다. 그러한 연구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중세 무사들의 행동과 정신이 오늘날 ‘무사도’의 이름으로 이야기되는 이상적인 무사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무와 무사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인식이 고대에는 결코 두드러지지 않았고, 무는 일본이라는 국가에서 처음부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가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