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의 털모자』를 읽으면서 잠시도 책을 놓지 못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분명 있을 법한데, 내가 작가가 된 듯 작가가 내가 된 듯 흥미진진하였다.
좋은 수필은 이렇듯 작가가 반쯤 쓰고 독자가 나머지를 채우는 글이다. 개별화와 일반화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개별적 체험을 독자가 자기의 것으로 일반화하여 마치 내 일인 양, 설사 내 일이 아니어도 그런 일들이 생길 듯 일체화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김인옥의 수필을 들여다보게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신실한 신앙을 가졌다고 알려진 그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신앙이 깊지 못해요. 하나님 말씀도 의심하고 있거든요. 당신께서 참을 수 없는 기쁨으로 너희를 만들었다고 하셨으니 그 지극한 사랑으로 본다면 지옥은 없다고 생각해요.” 평범을 넘어서는 한층 깊어진 믿음의 말씀이었다. 그에게 신앙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체화, 육화되어 내면에 스며들어 몸짓으로 행하는 일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