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안산안산// 기억교실을 뿌듯해하며 성실하게 책 읽는 소녀의 얼굴이 빛나고/ 자애의 눈빛이 안산을 덮고/ 우리는/ 창가에서 책 읽는 소녀를/ 안다, 안산// 소녀가 있기에 우리가 있는/ 안산, 안다
- 「독서하는 소녀」 부분
그림 신선과/ 어린아이와/ 호랑이와 사슴이/ 즐겁게 춤을 추는 곳// 단원을 따라/ 금강산을 걷는 아랍인/ 강희명을 따라/ 비파를 뜯는 사슴을/ 오래 지켜보면// 목화송이, 송이 내려오듯이/ 안산을 덮는/ 닥종이의 눈부신 빛/ 솜이불 같은/ 닥종이의/ 자애의 빛
- 「김홍도미술관에서」 부분
김은정 시인의 「독서하는 소녀」는 안산시민의 초상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꿈 많고 행복한 소녀라고 할 수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는 누구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는 누구인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독서하는 소녀’이며, 독서하는 소녀만이 ‘사람 중의 사람’으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게 피어날 것이다.
밝고 환한 창가에서 새가 울고 명랑한 빛이 쏟아진다. 노란 리본을 맨 소녀가 창가에서 책을 펼치면, 숨결이 낮게 낮게 흐른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상징인 까치가 “안산안산안산” 하고 새소식을 전해오면, 독서하는 소녀와 하나가 된 시적 화자는 “친구야/ 내가 살고 있는 안산과 네가 생각하는 안산은 다르다”고 그 답신을 보낸다. 독서는 꿈과 희망이고, 독서는 황금옥좌이고 황금왕관이다. 독서는 자유와 평화이고, 독서는 사랑과 우정이다. 독서는 천국이고 붉은 장미꽃이고, 독서는 악기이고 자애의 눈빛이다. 독서하는 소녀는 은행나무처럼 “안산안산안산 리듬을 타고”, 독서하는 소녀는 그 자애로운 눈빛으로 “안산안산안산”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지혜를 노적봉처럼 쌓아 놓는다. 독서하는 소녀가 있어 “안산안산안산” 하고 물안개의 기쁨이 차오르고, 모든 안산 시민의 얼굴이 행복한 미소로 가득차게 된다. 이처럼 독서하는 소녀가 있어 안산은 대한민국의 미래의 꿈과 희망으로 열리지만, 그러나 네가 생각하는 안산은 이 ‘독서하는 소녀’의 행복을 모르기 때문에, 다만 낯설고 머나먼 고장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은정 시인의 「독서하는 소녀」는 14연 24행의 짧지 않은 시이지만, 그 리듬감과 내재율이 대단히 아름답고 감미로우며 경쾌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형적인 민요조의 3음보를 중심축으로 삼고, 그 옛날의 평시조인 4음보를 결합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밝고 환한 창가에/ 새가 울고/ 명랑한 빛이 쏟아진다”, “까치가/ 안산안산안산/ 울고” 등은 3음보가 될 것이고, “친구야/ 내가 살고 있는 안산과/ 네가 생각하는 안산은/ 다르다”, “소녀는 그렇게/ 조용하고/ 평화를/ 계속 읽고”는 4음보가 될 것이다. 외래어나 한자의 표기가 거의 없는 순 우리말은 우리 한국인들의 붉디 붉은 핏줄과 그 숨결과도 같다. 시는 모국어 속에서만 존재할 수가 있고, 그것은 모국어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는 우리 시인들의 운명과도 같다. 언어 없는 민족은 생명이 없는 민족이며, 이미 숨통이 끊어진 민족과도 같다.
김은정 시인의 「독서하는 소녀」는 김은정 시인이 그의 꿈과 희망으로 쓴 시이며, 그 아름답고 멋진 신세계를 우리 한국어로 창출해낸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안산은 독서하는 소녀의 신세계이고, 독서하는 소녀는 미래의 우리 한국인들을 생산해낼 어머니이다. 안산, 안산은 천년 은행나무처럼 키가 크고, 안산안산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까치가 울 듯, 자유와 평화와 행복의 본고장이 된다.
김은정 시인은 「독서하는 소녀」의 연출자이자 안산의 주인공을 창출해낸 최초의 시인이자 최후의 시인이다.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김은정 시인은 ‘안산안산’하고 책을 읽으며, ‘안산안산’하고 시를 쓰며 행복하게 산다.
독서는 시의 불꽃이고, 우리는 이 시의 불꽃을 통해서 아름답고 멋진 신세계를 창출해낸다.
- 반경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