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 카프카에게도 아직 비밀이 있다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카프카의 삶과 문학
그래서 카프카는 계속해서 읽힐 것인가? 권력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카프카의 작품은 계속해서 다시 읽힐 것이다.
- 본문 〈카프카, 시대의 지진계〉 중에서
자신의 모든 원고와 문서를 불태워 달라고 했던 작가 카프카. 오늘날 전 세계의 독자는 완성되고도 빛을 보지 못했던 소설, 미완성으로 남겨진 소설, 일기, 편지에 이르기까지 카프카가 남긴 모든 문장을 읽을 수 있다. 카프카 서거 1백 주년을 맞아, 카프카의 삶과 문학 세계에서 여전히 비밀로 남겨진 것을 찾고자 했던 전시 〈카프카 북아트전: 여전히 비밀스러운〉은 널리 알려진 『변신』의 위대한 작가 카프카가 아닌 평범했던 한 인간 카프카에 집중했다.
체코와 독일 현지의 최신 자료를 반영하여 정리한 카프카의 연보는 40년 11개월의 삶을 다섯 개의 기간으로 나눠서 소개한다. 프라하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대인 카프카의 유년기, 법학을 공부하며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워 나가던 청년기, 직업인으로서 글을 놓지 않았던 20대 중반,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병마와 싸우던 인생의 마지막까지 각 시기 삶에서 중요한 사건과 작품 집필 연도를 정리했다. 또한 사후 체코에서 카프카가 금서로 지정되었다가 복권된 내용을 포함시켜, 모국에서도 이방인으로 지냈던 그의 삶을 재조명한다.
전 한국 카프카 학회장이자, 다수의 카프카 문학을 번역하며 국내에 그를 알리는 데 힘써 온 편영수 교수의 강연을 바탕으로 한 〈카프카, 시대의 지진계〉에서는 현재와 미래에 카프카의 문학을 읽는 의미를 찾는다. 카프카의 삶을 둘러싼 현실과 메타 현실을 살피고, 문학 세계 내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하나씩 짚으며 독자들이 지닌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 앞으로 독자가 카프카를 읽는 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방통행으로만 작동하는 의미가 아니기에, 우리는 「변신」을 다시, 또 다시 읽어야만 한다. 그레고르 잠자는 누구나 될 수 있고, 그 반대의 입장도 누구나 될 수 있다.
- 본문 「변신」 소개 글 중에서
카프카는 예술가로서 실패했지만, 그의 예술적 자유는 문학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는다.
- 본문 「단식 광대」 소개 글 중에서
카프카의 문학 세계를 소설가 양선형과 전시 기획자가 함께 소개한다. 카프카의 소설 14편과 일기, 편지를 집필 시기별로 심도 있게 다루며, 독자들에게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살핀다. 최초로 집필했던 단편소설 「어느 투쟁의 기록」에서 「변신」에 이르기까지의 시기, 장편소설로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했던 『실종자』와 『소송』 집필 시기, 『시골 의사』를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독자들과 만나기 시작했던 시기,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장편소설 『성』의 집필 시기까지 발표되거나 집필된 시기별로 카프카의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떻게 그 주제를 발전시켜 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문학과 예술이 만나는 곳
카프카의 글에서 시작된 북아트 32종
『변신』 속 벌레를 상상하고 그리는 8가지 방식
기이한 미로 속에 빠지게 하는 카프카의 문학에 매료된 독자 중에서 예술가와 책을 만드는 사람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여러 언어로 옮겨지고, 읽히는 와중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카프카에게서 얻은 영감을 표현했다. 전시에서 선보인 32종의 카프카 북아트에 풍부한 해설을 덧붙여 어떠한 방식으로 카프카 문학과 예술이 만나는지 소개한다.
『변신』 출간 당시 카프카가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는 표지에 벌레를 묘사하는 그림을 넣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초판본 표지에 겁에 질린 남자의 그림이 들어간 이유였다. 그러나 어느 아침 거대한 벌레가 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이라면 누구나 벌레의 구체적인 형상을 상상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독일을 비롯하여,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세계 곳곳의 예술가들이 표현한 8종의 『변신』을 소개하며, 독자의 상상을 돕는다.
또한 그가 생전 최초로 출간한 작품집 『관찰』의 몽환적인 장면,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소송』, 카프카적인 짧은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제작된 카프카적인 책, 문장의 힘에 시작된 영감으로 만들어진 예술적인 책 등을 통해, 텍스트로는 그려 내기 힘들던 카프카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참여한 예술가, 예술로서의 책을 만들고자 했던 출판사, 책에 실린 판화를 인쇄했던 당대의 유명한 공방에 대한 소개를 충실히 실어 1940년대에서 최근까지 북아트를 만들고 펴낸 역사도 담았다.
눈여겨볼 점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대 문학 출판에 힘을 쓰기 시작한 흐름과 함께, 유대인 예술가들이 카프카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작업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는 것이다.
- 본문 〈카프카적인 이야기, 카프카적인 책〉 중에서
많은 문학 연구자가 카프카 작품에서 찾아낸 유대교 문화 특유의 우화적 세계를 공유하는 유대인 예술가들의 작업은 특히 주의 깊게 볼 부분이다. 유대인으로서 카프카가 지녔던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시선이자, 출판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평범한 한 사람 카프카를 만나다
카프카처럼 쓰기, 카프카와 영화를 통해 느끼는 새로운 시선
작가 카프카가 아닌 평범한 한 사람으로 보고자 하는 기획으로 2024년 소전서가에서 펴낸 두 권의 책도 함께 소개하여 전시와 이 책의 획을 보충하여 설명한다. 모국 체코의 작가 라데크 말리와 일러스트레이터 레나타 푸치코바가 협업하여 만들어 낸 책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을 통해 우리가 지니고 있던 카프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았다. 섬세한 선을 통해 카프카적인 일러스트를 구현한 레나타 푸치코바의 작업은 전시 내 곳곳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소설가 최유안이 카프카가 걸었을 산책길 5개를 그리며 걸어 본 뒤 쓴 『카프카의 프라하』는 독자에게 카프카를 더 친밀하게 소개한다.
전시 내 많은 관람객이 참여한 〈카프카처럼 써보기〉에서는 그의 문장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보고 느낀 것을 카프카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독자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또한 전시 내에서 상영했던 오손 웰스 감독의 영화 「소송」에 대한 설명과 제작 과정에서 감독이 고민했던 내용을 실어 문학과 영화의 만남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 덧붙여 그 외 어떤 영화에서 카프카를 만나 볼 수 있는지 영화 리스트를 통해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관람객과 함께 보며 안내자의 역할을 한 〈카프카 마스터〉의 소고도 담았다. 두 달의 시간 동안 카프카를 사랑하는 독자, 그를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곁에서 소설가 김갑용이 보고 느낀 기록이다.
〈이것은 카프카가 아니다.〉 그의 소설은 한 번도 카프카였던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곧이어 나는 책을 가리킨 손길을 거두지 않은 채로 대답을 번복해야 했을 것이다. 〈이것은 카프카다.〉 그의 삶은 언제나 문학 그 자체에 머물고자 하였으므로.
- 본문 〈카프카에서 카프카 아닌으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