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생각에 품격을 더하는 한시 공부
“평소 내가 쓰는 말 이상의 말을 시에서 찾다”
한시는 중국에서 발생한 문학이지만, 근대 이전 한국에서 풍부하게 창작되고 향유된 한국 문학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한시가 문학 유산으로 남아 있다. 그 자체로 특수한 미적 체계를 갖춘 한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학이다. 또 여기에는 선인들의 일상생활과 감정, 풍속과 문화, 역사와 지리 등이 담겨 있어서 그 의의는 문학의 범위를 넘어선다. 그뿐 아니다. 한시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소리 내어 읽고 차분히 써내리다 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저절로 정리가 된다. 일례로 병중의 힘듦과 생각이 많음을 조선의 작가이자 지식인인 서거정은 이렇게 표현했다.
“병중에 바둑 두니 병든 것 같지 않고
한가해 시구 찾으니 한가할 틈이 없네”
병중에 든 그 속마음이 결코 시처럼 한가할 리 없겠지만, 스스로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어 도리어 주변 사람들을 격려했다. 한시의 묘미이다.
이 책의 저자 박동욱 또한 평소 한시를 읊으며 한시와 함께 성장했다. 그는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했고, 한학에서 일가를 이룬 일평 조남권 선생님에게 삶과 한문을 배웠다. 또한 그는 등단을 한 현대시 작가이기도 하다. 한시가 담고 있는 사회문화적 가치뿐 아니라 그 문학성에 주목하여 한시의 내용과 함께 아름답고 재치 있는 어휘와 문구를 널리 알리고 있다.
평소 쓰는 말이나 글의 품격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나의 생각, 내가 보고 듣는 것, 내가 공부하는 것이 결국 말과 글의 격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금도 한문과 한시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강세황부터 박제가, 이매창, 유득공까지
교양 있는 어른을 위한 우리 한시 151편
한문학자이자 현대시 작가인 저자가 엄선하여 세심하게 번역하고 해설을 붙인 우리 한시 151편이 이 책에 실렸다. 한시 하면 이백, 두보, 왕유 등 중국의 작가를 흔히 떠올리는데, 우리에게도 강세황, 박제가, 이규보, 이매창, 황진이 등 훌륭한 작가가 수없이 많다. 저자는 이들 외에도 김삼의당, 변종운, 송익필, 신정, 이용휴, 홍세태 등에 주목했다. 조금 낯설지만 우리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작가이자 지식인이다.
이들 작가가 쓴 한시 중에서 저자는 자신이 즐겨 읽던, 혼자 읽으면 좋은 시부터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좋은 시,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한 시, 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노래한 시,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살이를 토로하는 시, 어려운 상황에서 나에게 관대하려는 마음을 담은 시, 스스로를 단련하여 말과 생각에 품격을 더하는 시, 나이 듦과 죽음을 준비하는 시까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우리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주제의 한시를 골랐다.
한시는 작가가 자신의 삶과 생각을 단련하여 아름다운 어휘를 골라 쓴 만큼 품격이 느껴진다.
눈 속에서 구름 비단 꺼내어 입고
안개 속에 예쁜 단장 전하였다네.
어찌하여 소나무와 잣나무같이
얼음과 서리 속에 오만하게 홀로 섰나.
이달(李達)이 쓴 〈남산의 동백꽃(南山冬柏)〉이라는 한시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아직 남은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며 홀로 선 동백을 읊었다. 그 모습은 눈이 시릴 만큼 또렷하고 아름답다. 올곧이 홀로 선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의미리라. 그런가 하면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시로 옮기기도 했다.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
베틀 위에서 괴롭고
밭에서 괴로우며
부엌에서 괴로우니
온종일
어느 땐들 안 괴로우리.”
이안중(李安中)의 〈고고고(苦苦苦)〉라는 한시다. 쉽고 재미있다. 그 내용이나 표현 모두 현대시에 비추어도 손색이 없다. 한시는 옛- 시가 아니다. 지금 바로 책장을 펴서 읽어도 생생하게 공감되는 우리 시이다.
《하루 한편 우리 한시》는 이런 한시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와 뉘앙스를 생각하며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을 둔 책이다. 작가의 품격 있는 생각과 말을 나에게 옮기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매일 하루 한 편 우리 한시를 읽고 따라 쓰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하루 한 편, 10분 정독과 쓰기는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고, 평소 내가 잘 쓰지 않았던 말과 글을 꺼내어 쓸 수 있게 돕는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당신의 생각과 말에도 자연스레 교양과 품격이 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