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화를 찾아서〉를 새롭게 시작하며
‘진주문화를 찾아서’ 시리즈는 2001년 『논개』, 『남명 조식』, 『형평운동』 등 세 권의 책을 같이 펴면서부터 시작하여 2023년 『진주의 남명학파』까지 모두 스물세 권이 출판되었다. 거기에는 진주의 문화 예술계와 역사적 인물들, 역사적 사건들, 건축물, 자연과 풍광,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말과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서 진주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지역 단위에서 스물세 해라는 긴 시간 동안 이렇게 지역문화총서를 꾸준히 발간한 일은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진주문화를 찾아서’의 문고 발간 사업은 1999년 설립된 남성문화재단의 주요 활동 중 하나였다. 김장하 이사장이 발간에 드는 모든 비용을 대고, 고 김수업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가 편간위원회를 꾸렸다. 진주를 잘 알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편간위원회는 진주사람들에게 현재의 행정구역으로서 진주를 넘어 역사의 각 시대에 등장하는 진주의 강역 모두를 아울러, 진주의 자취를 제대로 알게 하자는 뜻에서 책을 펴내는 일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각 주제에 맞게 섭외한 집필진들에게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써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진주사람들이 스물세 권을 읽는 동안 진주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진주정신을 깨치고 실천하며 살아가게 되리라는 바람도 담았다. 2005년부터는 진주문화연구소가 그 일을 맡아오며 진주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담아 왔다.
그동안 발간된 스물세 권의 책은 단지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진주의 초, 중, 고 각급 학교에서 여러 교과 시간과 방과후활동 시간에 지역을 제대로 깊이 알아가는 활동을 하게 하였다. 더 나아가 책을 읽고 떠나는 문화 기행과 이야기 마당으로서 문화 사랑방을 열었고, 각 분야의 인물 조명사업을 더 세밀히 펼침으로써 진주 인근 지역이 별도의 자체 사업으로 선정하여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그동안 일을 진행해 오면서 진주에 살고 있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되도록 하겠다는 애초의 목표가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진주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일들을 모아 책들이 엮어지는 과정에서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생겼고 출판사가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진주의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해 오래 힘써온 남성문화재단이 지난 2021년 해산하면서 재단 기금을 경상국립대학교에 전액 기탁하게 되었고, 이로써 책을 내는 일과 책임을 경상국립대학교 진주학연구센터가 일부 맡게 되는 일도 생겼다. 새삼스레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진주문화를 찾아서’가 계속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진주학연구센터는 남성문화재단이 기탁한 재정의 운용뿐만 아니라 편간위원회 일도 하게 되어 그 몫이 자못 크다고 하겠다. 마침 편간위원회가 꾸려져 드디어 스물네 번째 책이 나오게 되었다. 진주학연구센터와 진주문화연구소가 힘을 합쳐 처음으로 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도 진주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진주문화를 찾아서’에서는 그 일들을 끊이지 않고 이어나갈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진주에 발 딛고 숨 쉬며 살아간 사람들, 그들이 씨실과 날실로 짜낸 문화, 그 바탕이 되는 역사와 자연을 알아가는 기쁨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
2024년 12월
〈진주문화를 찾아서〉 편간위원회
머 | 리 | 말
처음 필자에게 주어진 제목은 ‘진주의 사찰’이었다. 이에 필자가 집필의 구도를 잡음에 있어서 부딪쳤던 제일 큰 문제는 ‘진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현재의 진주시 관내만 하더라도 얼마든지 많은 사찰들이 있을 수 있겠는데, 적어도 서부경남의 중심도시이자 1,3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진주의 범위는 우리가 아는 것 보다 훨씬 더 넓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 변천과정을 잘 살펴서 진주 불교문화권의 범위를 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긴 역사의 과정 속에서 진주 불교문화권에 존재하였던 수많은 사찰들, 현존하고 있거나 사라져서 폐사지로 남았거나 간에, 이 가운데 지면의 제약을 고려하여 어떤 사찰들을 선정하여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의 문제 역시 필자의 고민거리였다.
그리고 사찰에 대해 기술하면서 이 사찰과 관련된 인물들을 함께 언급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 활약한 역대 인물들 가운데 한국 불교사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한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보니까 사찰과 인물을 따로 분리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인물들 가운데 어떤 인물들을 선정할 것인가가 또 다른 문제로서 대두되었다.
그래서 일단 책 제목이 처음의 ‘진주의 사찰’에서 ‘진주의 사찰과 인물’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 진주가 함의하는 진주 불교문화권의 영역, 그 범위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고찰함으로써 드디어 12개 시·군으로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조건을 고려하여 일단 전통사찰로 지정된 58곳 가운데 현재 진주시 관내에 있는 전통사찰 8곳을 중점적으로 살피기로 하였다. 아울러 미진함을 메우기 위해서 다시 진주 불교문화권에 있었던 유명 사찰과 폐사지로 그 범위를 넓혀서 고찰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빠뜨린 부분이 많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전통사찰 가운데 언급하지 못한 대표적인 곳으로 산청의 지곡사(智谷寺), 함양의 영원사(靈源寺), 금대암(金臺庵), 그리고 아직 전통사찰로 지정되지는 못했지만 많은 역사적 발자취를 간직한 지리산 상무주암(上無住庵) 등을 꼽을 수 있다. 인물로는 중세 전기(고려)의 고승 2인이 있다. 곧 고려 초에 임금(광종)의 초청으로 강주(지금의 산청) 지곡사 주지로 있었던 진관석초(眞觀釋超) 선사와 고려 중기에 하동 옥종에 있었던 오대사(五臺寺)를 복원하여 수정사(水精社)라는 신앙결사를 이루어 그 사주(社主)를 맡았던 진억(津億) 스님이 그들이다. 그리고 중세 후기(조선조 중기)에 영원사에서 활동하였던 청허휴정의 고제(高弟) 청매인오(靑梅印悟) 선사, 그리고 근세이후에 영원사에서 도를 이룬 뒤 고성 옥천사와 깊은 연계를 갖고 항일독립운동에 매진하였던 백초월(白初月) 스님 등을 들 수 있다.
이미 초과된 지면상황을 고려하다 보니까 아쉬움을 달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이들 사찰과 인물들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를 기약하고자 한다.
이 작은 책자를 출간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필자의 변명 같지만, 돌이켜 보면 이렇게 늦어지게 된 이면에는 필자가 품은 간절한 소망이 도리어 걸림돌로 작용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서산대사로 불리는 청허휴정이 그렇게도 아끼고 사랑하였던 내은적암(內隱寂庵) 터를 찾고자 하는 일이었는바, 그 터를 찾기 전에는 본 책자를 내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은 것이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도록 한 까닭이 아니었을까? 그 동안 내은적암 소재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아서 수차례 답사를 하였고, 한 때 드디어 찾았다고 환호작약(歡呼雀躍: 기뻐서 큰 소리로 외치며 펄쩍 뜀)하기도 했으나 나중에 아님을 알고 크게 낙담한 적도 있었다.
이 소망은 아직 달성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틈이 나면 답사해서 꼭 찾아내려고 하는 마음에는 추호의 변함도 없다. 현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중흥조인 청허휴정이 깨달음을 얻었던 장소 근방에 있었던 내은적암! 앞으로 발굴·복원을 거쳐서 이곳을 단장하여 활용하게 되면 이곳은 한국의 불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장소가 되리라고 본다. 필자와 같은 이 시대 한국의 불자들이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과제로 여기며, 우선은 터를 찾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제 본 책자를 출간함에 즈음하여 그동안 필자로 하여금 출간의 책임을 다하도록 도움과 자극을 준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필자에게 본 책자의 집필을 권유하고 추천해 준 경상국립대 안동준 교수, 본 책자의 원고 제출이 늦어지자 독촉하고 독려를 아끼지 아니한 경상국립대 조규태 교수, 역시 관심을 갖고 책자의 빠른 발간을 촉구하고 격려하면서도 기다려 준 김중섭 전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원고를 제출한 후 미진한 부분을 꼼꼼하게 지적하여 수정·보완하도록 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 정경우 현 이사장, 또 실무를 맡아 필자와 누차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긍정적인 관심과 시선으로 경청·격려해 준 백혜리 사무국장, 윤문을 맡아서 수고해 준 경상국립대 강현주 박사, 그리고 경상국립대학교 진주학연구센터 센터장 김덕환 교수를 비롯한 편간위원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서 감사드린다. 또한 필자와 짝을 이루어 좋은 사진자료를 제공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아니한 유근종 작가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필자는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에 대한 저술은 저술로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이에 필자에게는 본 책자의 출간이 커다란 하나의 숙제를 던져주는 셈이고, 필자는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은 생애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임을 다짐하고자 한다.
갑진년(2024) 12월 1일,
손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