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암흑기,
일제의 침략 정책과 억압에 굴하지 않고
선(禪)과 대중교화에 진력한 만공월면 스님
한국 선불교의 법맥을 계승하여 간화선을 선양하고 불교 중흥에 힘쓴 선지식이 있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일본의 억압 속에서 한국불교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했던 만공 선사이다. 태어날 적 ‘불문에 들어가 고승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만공 선사는 동학사에서 행자 생활을 하던 중 자신의 삶과 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한 인물을 만난다. 바로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평가받는 경허 선사이다. 이후 태허 스님을 은사로, 경허 스님을 계사로 출가한 스님은 평생을 화두 참선과 대중교화에 힘썼다.
특히 만공 선사는 당시 일본의 한국불교 말살 정책에 맞서 한국불교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대표적인 예로, 조선 총독부에서 열린 31본산 주지 회의에 참석해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일본인 총독을 크게 꾸짖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재단법인인 선학원을 설립해 전통 수행 가풍을 정립하고 수좌공제회를 만들어 수행자를 보호하는 한편, 설법을 통해 계율과 선을 진작시켜 선불교를 중흥케 하였다. 또한 한국불교의 선맥을 증명하는 전법게, 안거증, 사적기 등을 기록함으로써 근현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여럿 남기기도 하였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수행의 지침으로 삼아야 할 가르침
만공 선사 법어집
만공 선사 법어집은 선사의 상당법어·거량·발원문·게송 등을 수집하여 1968년에 『만공어록』이라는 제목으로 초간본이 나왔고, 이후 1982년에 수정·증보판 『만공법어』가 새롭게 간행되었다. 그러나 당시 본문에서 빠진 법어가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원문의 오탈자와 번역의 오류로 판단되는 부분이 많아서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경허록·만공법어 편찬위원회는 만공 선사의 법어를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재편하였다. 초간 당시 잦았던 오기와 오역을 바로잡고 각주도 보완하였으며, 지금까지 발굴된 거량과 게송 10여 편을 새롭게 추가하여 개정 증보판 『만공법어』를 펴냈다. 이 책에는 불교와 선의 주요 화두에 관한 만공 선사의 가르침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경허 선사의 제자로서 선불교의 법맥을 계승하고 선풍을 진작시켰던 스님의 삶과 사상, 근현대의 선사 가운데 격외의 선지를 가장 자유롭게 구사했던 스님의 경지가 가감 없이 드러난다. 곧 이 책은 선으로 깨달음을 닦아 나가는 이들이 자신의 현재를 점검하는 데 거울로 삼을 말씀이자, 모든 불자가 지녀야 할 최고의 수행 지침서라 할 수 있다.
텅 빈 산의 기운이 고금 밖인데
흰 구름 맑은 바람 스스로 가고 오누나
무슨 일로 달마가 서천을 건너왔는가
축시엔 닭이 울고 인시에 해가 오르네
- 만공 선사 오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