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시선에서, 그리고 역사학자나 정치학자 등 다양한 학자들의 시선을 넘어 현대인들의 시선에서 도시를 정의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도시는 단순히 철학이나 정치학, 사회학이나 경제학의 의미를 넘어 그 도시를 가꾸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심리적, 육체적 의미와 욕구까지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도시에 대해 정의한다는 것 그 자체가 미완성의 거대 도시담론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도시의 정체성은 항상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한다. 이 말은 도시의 속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한 역동성을 지니며 한편으로는 도시의 권력도, 주인도 바뀔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렇게 도시는 변화하고 발전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그래서 도시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다만 역사의 흐름에, 세월의 역동성에 떠밀려 있을 뿐이다. 아직은 폐쇄된 도시에서도 말이다.
북한 도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시대, 어떤 국가, 어떤 도시들을 이해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왜냐? 다른 자유-물론 인류의 보편적 자유와 권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사의 자유마저 없는 북한이라면, 그러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그 도시의 의미는 고대 철학자들이나 유식한 학자들이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했던 도시의 의미보다는 더 엄청난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태어나 죽을 때까지 대대손손 하나의 도시에서만 살아야 하는 ‘좌표’ 때문에 어쩌다 뿌리내린 도시는 그들에게 조상이자 고향이자 손자, 손녀가 된다는 사실, 우리의 사랑하는 독자들은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