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하자고 모인 모두가 공통의 약속을 만들어가는 책
《깊은 협동을 위한 작은 안내서》는 협동조합 임원이나 열성적인 활동가들은 물론이고 협동조합이 뭔지 잘 모르는 이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 읽고 협동해야겠다고 마음을 내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또한 협동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사고하고 운영해야겠다는 관점을 잡아주며, 지금은 협동을 잘 못하지만 ‘협동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단순한 진실 하나를 꼭 붙들고 협동조합을 운영하자는 공통의 약속을 만드는 책이다. 그래야 협동조합이 잘 안 될 때도 남 탓하지 않고 ‘어떻게 더 협동할 수 있을까’ 탐구하며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이 들 수 있지만 그 뿌리는 같다. 바로 협동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협동이 잘 안 되는 이유는 협동에 대한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참여하기 싫어한다, 협동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불편하게 여긴다, 교육을 지겨워한다….’ 실제 그럴 수 있다. 그런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하나의 진실은 협동을 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제대로 운영될 수 없고 존속하기도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협동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과거의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협동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협동할 것인지, 어떻게 협동할 것인지. 이렇듯 협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협동조합의 기본이자 중심, 생각의 협동
협동조합에서 사람들이 가장 풀기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협동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매우 중요하게 떠오르고 그에 따라 조합원의 생각을 모으는 일이 협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생각의 협동이 되어야 갈등을 넘어서 사업이 진척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사람들의 결사체이니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었음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어도 그 문제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른 채 혼란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협동조합에서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진단하고 해결해 나가는 프로세스에 ‘생각의 협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프니까 힘들어요.”로 끝나지 않고 아픔을 말하게 해야 하고, 그 아픔의 증상들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관찰해야 한다. 그것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조사해서 고통의 이름을 찾아내야 한다. 치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처방을 알아봐야 하고, 이 방법을 시도했는데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내 한 몸의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과 여러 사람 간의 갈등이나 어려움에 대처하는 원리는 다르지 않다. 밟아야 할 과정을 밟아 치유해 가는 것이 바로 ‘생각의 협동’이라 할 수 있다.
서로가 협동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각자의 답은 다를지 몰라도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협동을 중심에 두고 협동조합을 하기 위해 세 가지 화두를 던진다. “무엇을 협동할 것인가? 어떻게 협동할 것인가? 어떻게 조합원이 주인노릇을 하게 할 것인가?” 이 화두들은 협동조합을 시작할 때부터 운영하는 내내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이다. 조합원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이미 주인노릇이 시작한다. 같은 질문에서 협동이 시작되고 협동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깊은 협동을 위한 안내라는 제목의 취지에 맞게 협동조합을 이루고 있는 주요 구성 부분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또한 대중운동으로서의 협동조합의 성격에 맞추어 임원과 활동가는 물론 조합원이 읽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1장 협동하는 사람”에서는 조합원이 무엇을 어떻게 협동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협동의 관계를 살펴본다. “2장 협동의 조직 협동조합”에서는 협동조합의 기원과 발전, 정체성, 협동조합의 양 날개인 결사체와 사업체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조직의 측면을 살펴본다.
“3장 협동조합의 주인과 주인노릇”에서는 협동조합의 핵심 중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합원 제도와 조합원의 주인노릇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특히 출자금을 비롯한 ‘자본의 협동’, 협동조합 민주주의라는 차원에서의 ‘생각의 협동’에 대해 파고든다. “4장 협동 구조”에서는 협동조합의 운영과 경영, 운영 구조와 방식을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협동조합 조직의 분석 도구로서 ‘협동조합 4변형’을 소개하며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심화한다. 마지막으로 “5장 협동조합의 생명”에서는 나다운 협동조합에서 시작하여 서로 돌보는 조합원, 협동조합 지역사회로 시야를 넓혀 가며 현재 조합원의 필요에 바탕을 두고 미래를 향한 열망을 키우며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협동조합의 생명력에 대한 혜안을 갖도록 돕는다.
저자와 독자, 출판사의 협동을 통한 공동생산
이 책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 공정무역 등의 운동에서 활발히 전개되어 온 생산자와 소비자 간 협동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노력했다. 저자의 글, 협동조합 출판사의 출판 역량에 더해 협동조합 운동과 조합원에게 꼭 필요한 책을 만든다는 취지 아래 소비자 독자들이 결속하여 선구매, 후원 등 자본의 협동을 통해 책을 공동 생산하고 생산한 책의 시장이 되어주면서 건강한 협동조합운동의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꾀했던 것이다. 이는 조합원의 문화적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협동조합 제5원칙 ‘교육과 훈련과 정보제공’에도 부합하는 시도이다. 이런 취지에 호응하여 개인과 단체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활발히 참여했을 뿐 아니라 그중에는 스스로 나서서 주변에 알리며 참여를 독려한 이들도 있었다. 이런 공동생산의 협동에 힘입어 책의 정가를 낮출 수 있었고 더 많은 독자들이 부담을 덜며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이 책은 원래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 교육용으로 2017년 같은 제목으로 출간하였다가 절판한 것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절판된 이후 쇄도한 많은 이들의 재출간 요청에 부응하여 더 많고 다양한 협동조합들과 조합원, 독자들의 필요와 지금의 상황에 맞추어 내용을 대폭 재구성하고 추가하여 출간하게 되었다.